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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寒波'…DLS 투자금 9000억 녹인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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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럴당 20달러 붕괴하면 녹인 발생규모 1조 웃돌 듯

[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전업주부 A씨는 지난해 6월 서부텍사스산원유(WTI)의 배럴당 가격이 60달러 선까지 떨어졌을 때 "바닥을 쳤다"는 증권사 직원의 말을 믿고 만기 3년짜리 원유 파생결합증권(DLS)에 1000만원을 투자했다. 단기로 굴리겠다는 요량으로 투자기간을 6개월에서 1년으로 정했지만 올 들어 국제유가가 배럴당 30달러 선 밑으로 하락, 조기상환은 고사하고 자칫 원금의 절반 이상을 날릴 위기에 처했다.

원유가격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DLS 투자자의 추정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이달 말까지 25개 원유 DLS의 만기가 도래할 예정인데다 유가가 배럴당 10달러 선까지 밀릴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면서 확정 손실규모는 시간이 흐를수록 급증할 전망이다.
더욱이 국제유가 하락세가 올 들어 더욱 가팔라지면서 만기를 맞은 원유 DLS의 손실에 대한 우려가 현실이 됐다. 최근 6개월 원유 DLS의 원금손실 규모는 500억원을 넘어섰고 이달만 만기를 앞둔 21개 ELS의 확정 손실액을 합하면 1000억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올 들어 1월 중순까지 상환된 22개 DLS 중 16개도 손실이 확정됐다. 최근 만기된 DLS의 확정 손실규모는 최대 7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1일 금융당국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미상환 원유 DLS 발행 잔액 중 60% 이상이 원금손실(녹인) 구간에 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기준 902개의 미상환 원유 DLS 발행 잔액 1조3655억원 중 3분의 2에 달하는 8990억원(475건)의 투자금이 쪼그라들 위기에 처한 것이다.

서부택사스산원유(WTI)는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20일(현지시간) 배럴당 26.55달러까지 밀렸다. 지난 2003년 5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북해산 브렌트유 역시 27달러 선으로 하락했다. 반등의 기미 없이 지난달 배럴당 40달러 선이 붕괴된 이후 한달 만에 20달러 중반까지 밀렸다.
올해 유가 10달러대까지 밀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녹인(knock-in·원금손실구간) 공포감은 시간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유가 20달러 선이 붕괴되면 61개의 DLS에서 새로 녹인이 발생한다. 이들 DLS의 발행 잔액은 약 357억원, 총 녹인 발생규모는 1조원(660건)을 훌쩍 뛰어넘을 전망이다.

일반적으로 DLS 투자수익은 기초자산의 가격의 원금손실구간 진입여부에 따라 희비가 갈린다. 최근 몇 년 동안 발행된 스텝다운형 원유 DLS의 손실발생 구간은 발행당시 기초자산의 50~60%선이다.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일 때 발행된 DLS의 경우 기초자산의 가격이 가입당시 기준가의 일정수준(80~90%) 이상이면 원금과 함께 투자수익(연 5~7%)을 받고 조기상환에 나설수 있지만 유가가 배럴당 50~60달러를 하회하면 원금손실 구간에 진입하는 식이다. 원금손실 구간에 진입한 이후 만기까지 배럴당 80달러를 회복하지 못하고 30달러선에 머물렀다면 투자수익은 물론 원금의 약 30%만 되돌려 받는 구조다.

실제로 최근 만기를 맞은 원유 DLS는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선을 웃돌던 2013~2014년에 발행된 경우도 적지 않아 원금의 30%정도만 투자자에게 돌아갔다. 일부 대형증권사에서 발행한 DLS는 원금의 20%도 보전하기 힘든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1000만원을 투자했다면 200만원도 채 돌려받지 못한 것이다.

대형증권사 한 관계자는 "상당수의 녹인형 원유 DLS가 원금손실구간에 진입해 만기까지 국제유가가 급등하지 않을 경우 손실 확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가장 큰 문제는 유가가 100달러를 웃돌았던 2013년부터 2014년 상반기에 판매된 DLS의 만기가 도래하고 있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파생결합증권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발행 자제를 요청을 검토할 계획이다. 변동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을 우려해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원유 등 원자재 가격과 관련해 부정적인 시각이 더 우세한 상황"이라며 "원자재를 추종하는 DLS의 상황을 업계와 협력해 꼼꼼하게 모니터링하고 시장상황에 따라 발행 자제 요청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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