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약때 보증금 오른만큼 월세 충당 늘어
공급과잉에 전월세전환율도 낮아져
[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서울 강남권 아파트를 중심으로 월세(月貰)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저금리로 집주인의 전세기피 현상이 이어지면서 아파트 임대차의 대부분을 차지하던 전세 물량이 줄어들고 있는데다, 올 한해 분양이 몰리면서 집값 정체현상이 앞으로 수년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까지 겹쳤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해 서울의 연간 주택임대차 거래 44만8341건 가운데 월세 비중이 36.8%(16만4962건) 수준이었던 점과 견줘보면 월세거래 비중이 4.4% 포인트 증가했다. 이 수치에는 보증금이 월세의 12개월치 이하인 월세를 비롯해 준월세(12~240개월치), 준전세(240개월치 초과)가 모두 포함됐다.
주요 지역이나 주택 유형별로 보면 강남권 아파트를 중심으로 준전세 거래가 급격히 늘었다. 강남·송파·서초구 등 이른바 강남3구 아파트의 경우 월세 거래는 1년 전보다 4216건이나 늘었다. 재건축·재개발 수요로 올 초부터 이주수요가 많았던 강동구 역시 지난해보다 900건 이상 월세거래가 증가했다.
조은주 동아공인중개 대표는 "강남권의 경우 기업수요 등이 뒷받침돼 과거부터 월세 공급이나 수요가 많았으나 최근 들어서는 일반 거래에서도 준전세 등 월세거래가 늘고 있다"며 "월세를 내놓는 임대인이 늘면서 전월세전환율 시세도 꾸준히 낮아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현재 전국의 주택 전월세전환율은 7% 안팎이다.
올 한해 서울은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본격적으로 확대돼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전세 수요가 크게 늘었다. 아울러 저금리 기조로 임대인이 전세보다는 수익률이 높은 월세 선호현상으로 전세난이 한층 가중됐다. 올 한해 주택매매건수가 작년보다 40% 가까이 늘어난 것도 전세난에 지친 상당수 임차인이 집을 사들이는 쪽으로 돌아섰기 때문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이용화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50대 이상 베이비부머 세대를 중심으로 안정적인 노후 준비를 위해 월세 등 현금수입을 선호하면서 전세 공급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아파트를 중심으로 월세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전체 주택 임대차 거래의 양상도 바뀌고 있다. 그간 중앙정부나 지자체 차원에서 추진하는 주택정책이 월세에 큰 비중을 두지 않았던 만큼, 향후 주거복지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관련 정책이나 법안 마련 시 이 같은 변화양상을 적시에 반영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선임연구원은 "경기가 뚜렷하게 나아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월세전환 속도가 빨라질 경우 일차적으로는 임차인의 주거비 부담이 늘어나지만 이는 임대인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높다"며 "전월세전환율을 5% 수준으로 낮추거나 현 권고수준에서 법적실효성을 높이는 등 정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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