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만 두산그룹 회장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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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중후장대(重厚長大) 산업의 한파로 중공업 위주로 재편한 그룹이 힘들어진 탓이다. 최근 '황금알 낳는 거위'로 불리는 면세점 사업권을 따낸 것은 그런 위기감에서 꺼내든 박 회장의 승부수였다. 1996년 그룹 구조조정 당시 소비재 중심의 경박단소(輕薄短小) 사업전략을 중공업 중심으로 손질했던 그가 20여년이 지난 지금 다시 경박단소에 희망을 걸고 있는 셈이다. 중공업이 위축된 상황에서 면세점은 그룹의 재도약을 결정짓는 열쇠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박 회장은 그룹 창업 100주년인 지난 1996년 세계적인 컨설팅 업체 맥킨지의 조언에 따라 한국네슬레와 OB맥주, 버거킹, KFC 등과 같은 소비재 사업을 차례로 매각했다. 이 자금으로 한국중공업(인수 2001년, 현 두산중공업)과 고려산업개발(2004년, 현 두산건설), 대우종합기계(2005년, 현 두산인프라코어), 미국 소형 건설장비 업체 밥캣(2007년) 등을 사들이며 그룹의 주력 사업을 소비재에서 중공업으로 탈바꿈시켰다. 1996년 4조원대에 불과했던 두산그룹 매출은 2008년 23조원대로 10여년 만에 5배나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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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2008년 금융위기 후 글로벌 건설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중공업 위주의 그룹에 경고등이 켜졌다. 올 들어 3분기까지 두산중공업, 두산인프라코어, 두산엔진, 두산건설, ㈜두산 등 5대 주요 계열사들이 모두 순손실을 기록했다. 이들의 손실 규모는 연결기준 4000억원에 이른다. 그룹 매출의 30%를 차지하는 인프라코어는 올해만 벌써 희망퇴직을 4번이나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1~2년차 신입사원까지 희망퇴직을 종용하면서 비난을 사기도 했다. 반면 두산이 내다판 소비재 사업들은 매출이 급성장하면서 대조를 이뤘다. OB맥주는 2007~2013년 7년간 연평균 14%의 신장률을 보이며 고공행진을 이어갔고, 2013년에 매각한 버거킹도 지난해 실적이 전년 대비 20% 이상 성장했다. 박 회장이 면세점 사업을 따내는데 사활을 걸었던 것도 그런 의미에서 해석할 수 있다. '황금알 낳는 거위'를 통해 그룹의 캐시카우(현금창출원)를 확보하겠다는 의도인 것이다.


두산그룹 내부에서는 경박단소의 복귀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그룹의 한 임원은 "두산그룹이 지금까지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은 중공업 위주의 사업재편이었고, 박 회장의 한 수가 통한 것"이라면서도 "다만 회사가 힘들어지면서 임직원은 물론 (박용만)회장도 '그때 소비재 사업들을 팔지 않았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했을테고, 그 결과가 면세점 사업이다"고 말했다.

고형광 기자 kohk010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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