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인상땐 멕시코 외환위기·구제금융 유발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1983년 이후 30여년간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국면은 다섯 차례 있었다. 알리안츠 글로벌 인베스터스에 따르면 다섯 차례 인상기 동안 S&P500 지수는 평균 9.9% 올랐다. 원자재 가격은 25% 이상 급등했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은 곧 미국 경제가 좋아지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고 따라서 세계 금융시장이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던 것이다.
하지만 Fed의 기준금리 인상이 항상 좋은 결과로 연결된 것은 아니었다.
1980년대 '매파' 폴 볼커 당시 Fed 의장의 결정은 지금도 많은 논란을 낳고 있다. 당시는 1970년대 후반의 두 차례 오일쇼크 탓에 미국의 물가가 폭등한 시기였다. 1979년 8월 취임한 볼커 전 의장은 물가를 잡기 위해 당시 11.38%였던 기준금리를 이듬해 3월 20%까지 끌어올렸다. 물가는 잡혔다. 1980년 3월 14.8%였던 미국의 물가 상승률은 1983년에 3% 아래로 떨어졌다. 하지만 미국 경제는 더블 딥에 빠졌다. Fed의 2가지 통화정책 목표 중 '물가 안정'은 달성했지만 '완전 고용'에는 실패한 반타작 정책이었던 셈이다.
Fed는 1930년대 대공황기 때에도 잘못된 선택을 했다. 1937년 매리너 에클스 당시 Fed 의장은 미국 경기가 회복됐다고 판단하고 지급준비율을 세 차례나 인상했다(현재의 연방기금금리 제도는 1954년 도입됐다). 이후 다우 지수는 1년 새 반토막났고 대공황은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전까지 장기간 이어졌다.
1994년 미국 기준금리 인상기에는 신흥국이 타격을 받았다. 당시 앨런 그린스펀 의장은 그해 2월부터 1995년 3월까지 금리를 3%에서 6%로 끌어올렸다. 충격은 미국이 아닌 외부에서 크게 나타났다. 멕시코에서 대규모 자본 유출이 나타나면서 미국과 국제통화기금(IMF)이 1995년 1월 멕시코에 500억달러 구제금융 지원에 나섰다. 당시 위기는 아르헨티나 등 남미 국가로 번졌고 멕시코산 테킬라에 남미 경제가 휘청거렸다는 의미에서 테킬라 위기로 불린다. 이후 1997년 태국,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이 통화 위기까지 빠진 것도 미 금리 인상의 연쇄적 충격이라는 분석이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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