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화 의장, 14일 이 전 의장 별세 소식에 서둘러 퇴청
이날 이 전 의장의 별세 소식은 지난달 서거한 김영삼 전 대통령에 이어 한국정치의 또 다른 거목을 잃었다는 점에서 정 의장 뿐 아니라 정치권 전체에 안타까움을 더했다.
향년 83세인 이 전 의장은 생전 바른 말을 잘하는 소신파 정치인이자, 1963년 정계에 입문한 후 14대와 16대 국회에서 두 차례 국회의장을 지낸 한국 현대정치사의 산증인이기도 했다.
이 전 의장이 '강골 정치인' 이미지를 세상에 알린 것은 1969년 3선 개헌 반대투쟁에 나서면서부터다. 1961년 5ㆍ16 군사정변 이후 박정희 당시 국가재건최고회의의장과 인연을 맺어 정치에 입문했지만 개헌에 대한 반대 입장은 확고했다. 이 때문에 김형욱 당시 중앙정보부장 지시로 암살을 당할뻔 한 일도 있었다. 당시 박 대통령은 직접 김 부장에게 전화해 "이만섭 의원 몸에 손을 대면 가만두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위기를 넘기기도 했다.
지난달 서거한 김 전 대통령과는 예산안 처리를 놓고 맞섰다. 14대 국회에서 국회의장에 취임한 이 전 의장은 "날치기를 없애겠다"고 공언하면서 '예산안을 처리해달라'는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압박을 거절했다. 예산결산위원회에서 날치기로 예산안이 통과됐고 여당의 압박도 상당했지만 끝내 버텼다. 하지만 이 전 의장은 이듬해 6월 결국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날 빈소에는 이주영 새누리당 의원 등 각계인사들이 조문했다. 장례위원장이기도 한 정 의장은 애도메시지를 통해 "누구보다 꼿꼿하고 올곧은 참정치를 펼쳤다"며 "누구보다 훌륭하고 자애로운 스승으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고 술회했다.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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