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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 X파일] 회식 술잔 속도조절, 놀라운 비밀이

최종수정 2016.02.16 08:37 기사입력 2015.12.1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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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발적 과음 '업무상 재해' 인정 어려워…팀장이 술 권했는지, 술잔 돌렸는지도 기준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법조 X파일’은 흥미로운 내용의 법원 판결이나 검찰 수사결과를 둘러싼 뒷얘기 등을 해설기사나 취재후기 형식으로 전하는 코너입니다.

“또 술이야, 어제도 마셨잖아.” “술자리 가고 싶어서 가나. 어쩔 수 없이 참석하는 거지.”
술자리가 많은 연말, 일반 가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대화다.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본인 의지와 무관하게 술을 마셔야 할 때가 있다.

몸이 좋지 않거나 전날 술을 많이 마셨을 경우 ‘적당히’ 술을 마시고 싶지만, 당일 술자리 분위기에 따라 과하게 마시게 되는 경우도 있다. 만취 상태에 이르면 갖가지 사고를 당하기도 한다.
회사 회식 중에 다쳤다면 의료비용은 누가 부담할까. 자기가 다쳤으니 당연히 자기가 부담할까. 아니면 회사가 일부 부담할까. 경우의 수는 그것만이 아니다. 바로 ‘업무상 재해(산재)’를 인정받는 방법이다. 문제는 회사 회식 중 사고가 발생했다고 모두 업무상 재해를 인정받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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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 A씨 사례는 회식 중 사고를 둘러싼 법원의 판단 기준을 가늠할 수 있다.

A씨는 2012년 7월 팀 책임자(실장) 주최의 회식에 참여했다. A씨는 1차 회식 때 만취한 상황이었다. 31명의 1차 회식 참석자 중 A씨와 실장 등 13명은 2차 회식(노래연습장)을 이어갔다. A씨는 2차 장소로 이동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비상구문을 화장실 문으로 알고 열다가 아래로 떨어져 ‘골반골절’ 등 사고를 당했다.
A씨는 회사 회식 중 사고를 당한 것이라면서 ‘요양급여’를 신청했지만, 근로복지공단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소송을 제기했다.

요양급여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40조에 규정된 내용이다. 근로자가 업무상 사유로 다치거나 질병에 걸린 경우 근로자에게 지급하게 돼 있다. 요양급여가 인정되면 산재병원 의료기관에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진찰, 검사, 약제, 수술, 재활, 입원, 간호 및 간병까지 지원을 받는다. 요양급여가 인정되면 휴업급여도 받을 수 있다. 휴업급여는 ‘업무상 사유로 부상을 당하거나 질병에 걸린 근로자에게 요양으로 취업하지 못한 기간에 대해 지급하되, 1일당 지급액은 평균임금의 100분의 70에 상당하는 금액으로 한다’고 법으로 규정돼 있다.

업무상 재해로 인정을 받으면 의료비용은 물론 일정 액수의 급여도 받을 수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회식은 업무의 일환으로 볼 수 있을까. 사업주 지배관리에 있었던 것으로 판명될 경우 업무의 일환으로 판단 할 수 있다.

직장이라면 누구나 회식을 경험하게 마련이다. 보통 팀장(부장) 등 리더가 주도하고 구성원들이 함께 참여하는 방식이다. 회식에서 리더가 술잔을 돌리는지, 술을 과하게 권하는지,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과하게 마시는지 등에 따라 업무상 재해 판정은 전혀 다르게 나올 수 있다.

쉽게 말해 스스로 술잔을 조절하지 않고 다른 사람에 비해 과도하게 술을 마실 경우 업무상 재해는 인정되기 어렵다. A씨 사건에 대한 법원 판단을 보면 술자리를 누가 주도했는지, 2차는 어떤 형태로 가게 됐으며, 비용은 누가 지불했는지 등을 판단 기준으로 삼았다.

1심은 “1차 회식이 끝난 후 대부분의 직원은 귀가했고, 희망하는 직원만 참석했다”면서 “2차 회식은 사업주 지배관리범위를 벗어난 사적인 모임”이라고 판단했다. 1심은 A씨에게 요양급여를 승인하지 않은 근로복지공단 처분이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대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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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회식은 회사 법인카드로 결제했다. 2차는 실장 카드로 결제한 후 보전받는 방식으로 부담했다. 2심은 1심과 달리 업무상 재해를 인정했다.

2심 재판부는 “당시 참석자들 중 다수가 과음했으며 원고도 만취했는데 회식 분위기가 상당히 고조돼 위와 같은 음주에 이른 것”이라며 “1차 회식 행사나 그 직후의 행동들은 업무수행에 수반되는 통상적인 활동과정”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2심 재판부 판단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업무상 재해로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이러한 판단을 내린 핵심 근거는 A씨가 자발적 의사로 자신의 주량을 초과해 과음했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술자리를 주도한 실장이) 참석 직원들에게 술잔을 돌리거나 술을 마시지 않는 직원에게 술 마시기를 권하지 않았다”면서 “(실장은) 주량이 소주 반병 정도이나 당시 맥주 한 잔 정도를 마셨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사고를 당한 A씨는) 회식을 함께 했던 다른 사람들의 음주량을 훨씬 넘는 과음을 했다”면서 “업무와 관련된 회식 과정에서 통상 수반되는 위험이라고 보기 어려운 위와 같은 사고를 당하게 된 것”이라고 판시했다.

술자리 분위기가 무르익었다고 다른 사람에 비해 과하게 술을 마시거나 팀장(부장)이라고 해서 다른 사람에게 과하게 술을 권할 경우 모두 업무상 재해 판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대법원은 술자리 회식을 둘러싼 업무상 재해 판정의 기준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업무와 과음, 재해 사이에 상당 인과관계가 있는지는 사업주가 음주를 권유하거나 사실상 강요했는지 아니면 음주가 근로자 본인의 판단과 의사에 의해 자발적으로 이뤄진 것인지, 다른 근로자들이 마신 술의 양은 어느 정도인지, 재해가 업무와 관련된 회식 과정에서 통상 수반되는 위험의 범위 내에 잇는 것인지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해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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