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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수다] 싱겁고 구수하며 소박한 맛, '묵'

최종수정 2015.12.08 08:51 기사입력 2015.12.08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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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되면서 해가 빨리 떨어지니 밤이 길어졌다. 겨울에는 다른 계절보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것이 생체 리듬에 맞을 듯하지만 늦은 밤까지 활동하던 습관은 쉽게 변하지 않으니 긴긴 겨울밤에는 야식이 그립기 마련이다. 그러나 기름지고 자극적인 야식은 건강을 해칠 수 있으니 싱겁고 구수하며 소박한 맛에 칼로리도 낮은 야식 메뉴로는 묵만한 것도 드물다.

묵은 곡식이나 열매의 전분을 추출해서 가루로 만들어 두었다가 물을 붓고 끓여 되직하게 풀을 쑤어 굳힌 것이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은 묵을 맛보면 말랑말랑한 질감 때문인지 ‘젤리’라고 표현하고 그 맛을 알지 못한다. 전분이 주성분인 묵은 별다른 맛이 없는 듯하지만 향이나 질감은 각각 달라 골라 먹는 재미가 있는데….
봄철에는 녹두전분으로 쑨 청포묵에 봄나물을 넣어 상큼하게 무쳐 먹으면 별미다. 조선시대에는 탕평책을 논하는 자리에 이 음식이 나왔고 탕평채란 이름을 갖게 되었다. 여름철에는 풋옥수수를 갈아서 되직하게 풀처럼 쑤어 구멍 뚫린 바가지에 넣어 내리면 올챙이 모양처럼 머리는 둥글고 꼬리가 길게 남는다. 양념장을 넣어 섞으면 올챙이국수가 되는데 옥수수가 많이 나는 강원도에서 주로 만들어 먹어온 강원도의 향토음식이다. 가을이 되면 도토리를 주워 갈아서 그대로 두어 가라앉은 앙금을 말려서 도토리묵가루를 만든다.

옛날에는 흉년에 끼니를 이어 주던 중요한 구황작물로 도토리묵은 대표적인 서민음식이었으나 지금은 진짜 도토리묵은 구하기도 힘든 일이 되었다. 겨울철이면 당연히 메밀묵이다. 밤은 길고 야식은 흔하지 않았던 시절에 찹쌀떡과 메밀묵을 팔러 다니는 행상들의 소리는 긴 겨울밤의 적막을 깨는 반가운 소리였다. 다른 묵보다는 끈기가 적어 뚝뚝 끊어지는 메밀묵에 김치와 양념을 넣어 버무리면 겨울철 제대로 된 밤참이 된다.

묵은 냉장고에 오래 보관하면 전분이 노화되어 단단해지니 끓는 물에 데치거나 전자레인지에서 부드럽게 익혀 사용하는 것이 좋다.
김치메밀묵무침
김치메밀묵무침

김치메밀묵무침


재료
메밀묵 1모(400g), 김치 100g, 김 약간

양념장
실파 2뿌리, 간장 2술, 설탕 0.5술, 고춧가루 0.3술, 다진 마늘 0.3술, 참기름 1술, 깨소금 1술

만들기
1. 메밀묵은 한 입에 쑥 들어갈 만한 납작하고 네모지게 썬다.
(Tip 물결무늬의 묵칼로 썰어주면 젓가락으로 집을 때 편하다.)
2. 배추김치는 소를 털어내고 국물을 꼭 짜 잘게 송송 썬다.
3. 실파는 송송 썬다.
4. 실파에 간장, 설탕, 고춧가루, 다진 마늘 , 참기름, 깨소금을 넣고 섞어 양념장을 만든다.
5. 접시에 메밀묵을 가지런히 담고 위에 송송 썬 김치와 양념장을 넣어 무친다.

글=요리연구가 이미경(http://blog.naver.com/poutian), 사진=네츄르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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