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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그 후]행자부, 정종섭 장관 엄호 위해 녹취록 유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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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 12월1일 국무회의 '청년수당 설전', 그 막전 막후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 12월1일 국무회의 발언 일부 녹취록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 12월1일 국무회의 발언 일부 녹취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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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박원순 서울시장과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이 지난 주 서울시의 청년 수당 정책을 놓고 온ㆍ오프라인에 걸쳐 여러차례 '전투'를 벌였다. 지난 1일 국무회의에서 만나 설전을 벌인 것도 모자라 각자의 대변인ㆍ직접 쓴 SNS 글을 통한 공방이 4일간 수차례 벌어졌다. 도대체 그날 국무회의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언론에서 보도되지 않았지만 막전 막후에서 진행된 여러 일들에 대해 살펴보자.

▲ 정종섭, '청년수당은 범죄' 발언의 실체?
가장 쟁점은 정 장관이 청년수당을 범죄로 규정하는 발언을 실제 했냐 여부다. 정 장관은 지난 1일 오후 7시에 뿌려진 대변인실 명의 설명 자료와 2일 SNS 글을 통해 "그런 적이 없다"고 거듭 부인했다. 그럼에도 논란이 가라앉지 않았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2일 저녁, 3일 오전 각각 SNS에 글을 올려 정 장관의 발언을 기정사실화하면서 "망발에 다름아닌 주장", "거짓말 문제로 본질을 호도하지 말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러자 정 장관은 지난 4일 오후 7시쯤엔 아예 자신의 발언 전문을 대변인실을 통해 공개했다. 내용을 보면 정 장관은 시행령 개정안 취지를 설명하면서 청년 수당을 빗대어 "법을 위반해서 집행하는 경우에 심한 경우에는 처벌할 수도 있고, 벌칙 조항을 두어서 범죄로 규정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청년수당=범죄'라는 발언을 직접 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전체적인 맥락을 봤을 때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충분히 '청년수당'을 범죄에 빗대었다고 생각할 수 있는 발언이다. 특히 회의 당시 정 장관 바로 옆에서 듣고 있던 '이해당사자' 박원순 시장의 입장에서 어떻게 들렸을까? 자세한 전문을 기사 맨 아래 붙여 놨으니 독자여러분들께서 직접 읽어보시고 판단하사길.
▲'헌법학자' 정종섭이 왜?

행정행위상 잘못이나 정책적 판단 차이를 '범죄'라고 규정할 수 있을까? 상식적으로나 법적으로 행정행위의 잘못ㆍ정책적 판단 차이는 '징계'를 받으면 되는 일이다. 범죄'로 규정돼 '처벌'의 대상이 될 수는 없다는 게 중론이다.

그런데 서울대 법학과 교수 출신으로, 한국헌법학회 회장을 역임한 '권위 있는 중진 헌법학자'로 알려진 정 장관이 이같은 '비상식적' 발언을 한 이유는 뭘까?

정 장관은 지난 9월 새누리당 연찬회에 참석해 '총선-필승' 건배사를 한 후 야당에 의해 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됐다가 최근 무혐의 처리됐다. 당시 야당의 사퇴 압박을 받았지만 거부하다가 지난달 8일 돌연 사퇴 의사를 밝혔다. 그러면서 "박근혜 정부와 국가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며 사실상 내년 총선 출마를 시사했다. 그는 고향 경주 또는 대구에 출마가 예상되고 있다.

정 장관은 2006년 저술해 현재도 팔리고 있는 '헌법학원론'에서 "(정부) 위임 입법의 경우 국회의 통제권 보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지만 최근 국회법 개정 과정에선 이를 사실상 번복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올해 초 국회가 모법(母法)과 충돌하는 행정입법에 대해 수정할 수 있는 권한을 명기하자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이 추진됐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이에 대해 '위헌'이라며 거부권 행사를 했다.

▲ 행자부, 장관 엄호 위해 녹취록 유출했나?

박원순-정종섭 간의 '전쟁'은 엉뚱한 데로 불똥이 튀기도 했다. 행자부가 당시 국무회의 녹취록 일부를 외부에 유출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국무회의 당일 행자부는 서울시가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정 장관이 청년수당을 범죄로 규정했다"고 주장하고 이게 언론에 보도되자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격에 나섰다.

그러면서 행자부는 정 장관의 해당 발언 부분에 대한 녹취록을 비공식적 통로로 일부에 공개했다. 이 녹취록은 돌고 돈 끝에 언론 등 대부분의 이해 당사자ㆍ관계자들에게 열람됐다. 그런데 문제는 국무회의 녹취록은 국가기록법상 공개되어서는 안 될 비밀 문서라는 점이다. 한때 일부 이해 당사자가 몰래 녹음을 한 뒤 녹취록을 만들어 뿌린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사실이 아니었다. 결국 국무총리실도 한때 녹취록 유포 경위에 대해 조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유포자'로 지목된 행자부 관계자는 "그런 적이 없다"고 부인하고 있다. 그는 아시아경제와의 통화에서 "녹취록 같은 걸 보여 준 적은 없다. 장관에게서 들은 것을 개인적으로 정리해서 기자들에게 알려줬을 뿐"이라고 말했다.

▲'조리돌림' 당한 박 시장

세간에 알려진 것은 박 시장-정 장관 사이의 언쟁 뿐이다. 하지만, 실제 당시 국무회의 분위기는 여러 장관들이 나서 박 시장을 집중 공격을 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 장관이 청년수당을 '범죄'에 빗대 공박한 데 이어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이 나서 서울시의 청년 수당을 집중 공격했다.

참석자들의 전언에 따르면 이 장관은 서울시의 청년 수당이 정부의 청년 취업 성공 패키지 정책과 겹친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직업훈련에 참여하는 청년들에게 단계별로 지원금을 지급하는 '취업 성공 패키지' 정책을 진행하고 있는 데, 서울시의 청년 수당이 이와 중복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이 장관은 지난달 기자들과 만나 청년 수당에 대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함께 취업이 어려운 저소득층 등에게 지원금을 주고 있는데, 단편적이고 중복적인 서비스를 하는 것은 문제"라며 "상호의무 원칙의 준수 여부가 불분명한 지원책은 문제가 많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어 제정부 법제처장이 나서 박 시장에게 "시행령 개정안이 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라고 면박을 줬다. 박 시장이 정부의 지방교부세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해 모법인 지방교부세법에 위배되고 심지어 위헌 소지가 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한 반박이었다.

박 시장은 "소통이 부족했고, 위법 소지가 있으며, 중복이 아니라 보완이다.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지방자치 본질을 침해하고 있다"고 반박했지만 혼자 여러 명의 국무위원들을 상대하기엔 역부족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 다음은 행자부가 공개한 정종섭 장관 발언 전문.

< 지방교부세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 관련(행정자치부) >

□ 시행령의 취지에 대한 추가설명
○ 서울시장 말씀대로 청년 실업 문제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나 회피할 수 없는 것이고, 국민 세금을 어떻게 쓸 것이냐 하는 문제임
○ 복지 예산이 합리적으로 조정되지 않으면 포퓰리즘에 빠지기 쉬움. 특히 선거직의 경우에는 그 위험성이 항상 따르게 마련임
○ 그런 문제 때문에 실정법상 명백하게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복지부장관과 협의를 하게 되어 있음
○ 따라서 협의를 하는 것이 맞고, 법에서 의무사항으로 규정한 협의를 위반하는 것은 복지제도 뿐만 아니라 재정 집행에서도 문제임
- 교부세 집행에서의 남용은 통제하도록 되어 있기에 교부세를 통해 사회보장기본법상 협의의무의 실효성을 높이려는 것임
○ 지방자치의 본질을 침해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고, 실정법을 그대로 지키는 것이 오히려 법 체계 안에서 합당하다고 봄

□ 사회보장기본법상의 협의의무 위반행위에 대한 제재 흠결 문제
○ 정책을 당장 집행하려는 입장에서만 보면 사실상 제약이라고 볼 수도 있음
○ 서울시장도 법률가이시므로 사회보장기본법 규정은 분명히 의무조항임을 아실 것임. 또한 사회보장기본법의 해당 규정 위반에 대해서는 제재 조치가 없음
○ 법률가로서 실정법을 위반해서 집행하는 경우에는 집행 절차를 정지하는 방법도 생각할 수 있음. 지방자치단체의 장도 마찬가지임
- 법을 위반해서 집행하는 경우에 심한 경우에는 처벌할 수도 있고, 벌칙 조항을 두어서 범죄로 규정할 수도 있음
- 사회보장기본법상 위반에 따른 제재 조항이 불비한 상황에서 이번 시행령 개정은 법 상의 협의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지방교부세를 활용하는 것임
○ 지방교부세는 중앙정부가 세금을 거두어 지방에 교부하는 것임
- 지방자치단체에서 재정을 남용하여 지출하면 결국은 재정에서 상당 부분 빌 수밖에 없음
- 그 재원 부족분을 중앙정부에 요구하는 악순환 구조를 방지하기 위하여 협의 제도를 둔 것임
○ 이 경우, 강도 높은 통제 방법보다는 우선 교부세 삭감이 효율성을 보장하는 가장 낮은 수준의 수단임

◇유포된 녹취록상 정종섭 장관 발언(일부).

"…(전략) 지금 시장님도 법률가이시니까, 사회보장법 규정을 보면 분명히 의무조항으로 되어 있잖아요. 그러면 그것을 위반했을 때 어떻게 하면 되겠느냐? 사회보장기본법을 볼 것 같으면 그 위반에 대한 나머지 제재 조치가 없습니다. 그러면 저희들이 법률가로서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은 위반해서 집행하는 경우에 집행 절차를 정지할 수도 있는 것이고, 그것은 지방자치단체의 장도 마찬가지인데, 그러면 그것을 위반해서 집행하는 경우에 심한 경우에는 처벌할 수도 있겠지요, 벌칙 조항을 두어서 아예 범죄로써 규정할 수도 있는데, 그런 조항이 하나도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이것의 실효성을 높이느냐 하는 것으로 지방교부세 제도를 가지고 컨트롤 하는 방법이…(후략)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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