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기록도, 책임도, 감시도 없다." 내년도 예산안과 세법 개정안 등을 앞두고 국회 곳곳에서 열리고 있는 소소위(소위원회보다 더 작은 규모의 모임)와 비공개 간담회 등을 두고 나오는 말이다. 내년 나라살림이 걸린 문제가 논의되고 있지만 참여하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며 어떤 과정을 걸쳐 합의에 도달했는지 기록조차 남기지 않는다.


예산심의는 크게 두 곳에서 진행된다. 세출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세입을 결정하는 세법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다. 두 곳의 공통점은 모두 논의의 편의를 이유로 완전 비공개로 진행되는 회의를 통해 쟁점을 처리한다는 점이다.

예결위는 지난달 22일부터 소소위를 구성해 여야간의 쟁점 예산 심사에 착수했다. 50명의 예결위원 가운데 15명의 위원을 뽑아 예결소위를 맡긴데 이어 이제는 예결위원장과 여야 예결위 간사만 참여하는 소소위가 가동되는 식이다. 세법이 결정되는 조세소위도 마찬가지다. 조세소위는 그동안 여러차례 회의를 열어 법안 검토작업을 했지만 여야간의 쟁점 사안에 대해서는 비공개 간담회를 통해 협의했다. 참여 인원을 줄이고 보다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해보자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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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 대가는 적지 않다. 심의 과정 자체가 폐쇄적으로 진행되다보니 제대로 된 감시가 불가능해졌다. 결과는 부실심사다. 2014년 예산안 본회의 표결당시에는 예산안이 해를 넘겨가며 처리됐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여당 원내대표였던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쪽지예산을 끼워넣었다는 논란으로 파행했다. 논란끝에 새해 첫날 본회의는 새벽 5시50분에 정회됐다 4시간 뒤인 9시에 겨우 다시 열렸다. 세법 역시 마찬가지다. 올해 조세소위에서도 이견 조율은 대부분 비공개 간담회를 통해 절충이 이뤄졌다.

여야간 협상이 기록조차 남기지 않는 소소위 형태로 계속 진행된다면 올해 연말정산과 같은 사태가 재발해도 책임소재가 불분명해질 수밖에 없다. 유권자는 표로 심판하려 해도, 누가 잘했는지 못했는지 따져볼 기회조차 가질 수 없는 셈이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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