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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S서거] YS와 이건희 회장, 그리고 삼성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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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 김영삼 전 대통령이 22일 서거한 가운데 김 전 대통령과 재계 오너들과의 인연들이 회자되고 있다.

그 중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의 인연과 반목, 그리고 그 틈바구니에 끼어 있던 삼성자동차의 몰락은 김 전 대통령 시절 가장 드라마틱한 한 대목중 하나다.
이 회장은 신경영 직후인 1993년 8월 자동차 사업에 대한 뜻을 나타냈다. 당시 이 회장은 "(자동차 사업 진출은) 연구도 많이 하고 관심도 큰데, 안해야겠다는 이유가 점점 많아진다"면서 "앞으로 자동차에 전기, 전자 비중이 커질텐데 삼성이 거기에 강점이 있다"고 말한 바 있다.

1994년 4월 이 회장은 일본 닛산자동차와 기술 제휴 협약서를 체결했다. 같은 해 12월 김 전 대통령은 삼성의 자동차 사업 진출을 허용했다. 현대 ,대우, 쌍용, 기아 등 국내 자동차 업체들이 일제히 반발했기 때문이다.

당시 삼성은 반도체로 벌어들인 막대한 자금을 갖고 있었던 만큼 이를 자동차 사업에 투자할 경우 기존 자동차 사업의 균형이 깨어질 수 있다는 이유였다.
김 전 대통령은 삼성의 자동차 사업을 허락하며 각서를 쓰게 했다. 처음 자동차를 시작하는 삼성 입장에선 불리한 조건뿐이었다.

일부를 소개하자면 삼성은 전체 생산하는 자동차의 수출 비중을 1998년 30%, 2000년 40%, 2002년 55%로 확대해야 했고 1998년부터 생산 개시 연도인 1998년부터 70~80%를 국산화 하도록 정해 놨다.

부품을 조달할 때는 기존 완성차 업체와 계열 업체에 피해가 없도록 하고 기존 자동차 업체들이 이의를 제기할 경우 상공자원부 장관의 중재를 받게 했다. 이 회장은 이런 조건은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만큼 자동차 사업에 대한 자신감이 넘쳤던 것이다.

하지만 이 회장이 사업을 결정하기까지 난색을 표명한 조건이 하나 더 있었다. 조건은 기존 업체의 현직 및 향후 퇴직자 중 2년 이상 경과하지 않은 인력의 채용을 일체 배제한다는 것이었다.

결국 이 회장은 이 조건을 받아들였고 삼성자동차는 인력을 구하지 못해 발만 동동 굴러야 했다. 국내에선 인력을 구할 수가 없었기 때문에 해외에서 인력을 구하고 닛산에 기술 연수를 보내 인력 양상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마치 반도체 사업을 처음 할 때처럼 어깨너머 자동차 기술을 배워올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삼성자동차는 수차례 인력 관련 조건을 각서에서 삭제하거나 완화시키자는 의견을 전달했지만 번번히 거절당했다. 시간은 흘러갔지만 자동차 사업을 진행하 기술진들은 여전히 부족하기만 했다.

1995년 4월 이 회장은 북경 시내 조어대 국빈관에서 특파원과 오찬을 갖고 "우리나라 정치는 4류, 행정은 3류, 기업은 2류"라며 "삼성자동차 허가는 부산시민들 반발 때문에 내준 것일 뿐, 삼성의 크기나 위치로 보아 더 이상 한국에서 사업하다가는 소리가 나서 어렵겠다"라고 말했다.

자동차 사업에 대한 답답한 심경이었겠지만 일부서는 이 회장이 자동차 사업이라는 큰 수혜를 입고도 김 전 대통령과 정부를 비난했다며 비난하기 시작했다. 이 회장의 발언을 두고 삼성이 미국, 일본으로 본사를 옮긴다는 소문까지 돌았다.

김 전 대통령은 이 회장의 이같은 발언을 두고 "전혀 관심이 없다"며 불편한 심기를 나타냈다. 이후 김 전 대통령은 방미 수행 기업인 명단에서 이 회장을 빼버렸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각 정부 부처에 삼성 관련 사업을 전면 보류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같은 해 8월에는 삼성전자의 미국 오스틴 반도체 공장 투자에 대한 해외 투자 승인을 내주지 않기도 했다. 이 회장은 자신의 발언이 자동차를 떠나 삼성의 전 사업, 그리고 반도체 사업까지 악영향을 미치기 시작하자 김 전 대통령을 만나 사과했다. 이후 김 전 대통령은 오스틴 반도체 공장 투자를 승인했다.



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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