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금호그룹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박 회장은 이날 오후 금호산업 인수대금 7228억원을 마련하기 위한 자금계획을 채권단에 제출한다.
자금조달에는 삼성과 현대차를 제외한 대부분의 주요 그룹이 계열사를 통해 참여한다. 박 회장 입장에서 보면 백기사인 셈이지만 투자업체들의 면면을 보면 기존 계약 관계를 유지하거나 향후 전략적 관계를 고려한 우군으로 분류된다.
전략적 투자자 가운데 가장 많은 출자가 예상되는 곳은 CJ그룹이다. 업계에서는 CJ가 500억~1000억원을 유상증자 형태로 투자할 것으로 예상한다. 1000억원 이상 투자가 이뤄질 경우 CJ의 지분은 25%를 넘어선다. CJ가 박 회장과 박 회장의 아들인 박세창 금호타이어 부사장에 이어 3대 주주에 올라서는 것도 가능해진다.
박 회장 부자는 지난달 28일 금호건설 지분 9.93%(345만6179주), 금호타이어 지분 8.14%(1286만7736주)의 일부를 매각했으며 SK이노베이션, LG화학 , 롯데케미칼, 코오롱, 효성, 한화손보, 현대해상, 동부화재 등이 각각 100억~200억원 가량을 투자했다. 박 회장 부자가 마련한 자금은 1500억원 가량이다. 대부분이 아시아나항공, 금호타이어 등과 계약 관계에 있는 기업들이다.
LG화학과 롯데케미칼, 효성과 코오롱은 타이어의 원재료를 금호타이어에 납품하고 SK에너지는 아시아나항공 에 항공유 관련 계약을 맺고 있다. 현대해상과 동부화재 등 보험회사들은 아시아나항공이 가입한 각종 항공보험 상품을 판매한다.
SK이노베이션, LG화학은 금호기업에 투자는 하지 않기로 한 상태다. 롯데케미칼, 코오롱, 효성, 대상 등은 금호기업 참여 여부를 확정하지 않았다. 박 회장의 매제인 임창욱 명예회장이 대주주인 대상그룹도 참여 여부를 밝히지 않은 상황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박 회장이 해외에서도 자금을 끌어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현행법상 항공사 경영에 영향을 주거나 국가 안보상 문제가 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 해외 자본의 국적사 투자를 막고 있다는 점에서 걸림돌이다.
채권단은 박 회장이 제출한 자금계획을 영업일수 기준 10일간 검토한다. 이후 채권단이 이를 승인하게 되면 박 회장은 12월30일까지 인수대금을 한 번에 납입하고 경영권을 되찾는다. 6년 만에 금호아시아나그룹을 재건하게 되는 셈이다.
박 회장은 지난해말 아시아나항공의 자율협약 졸업함에 따라 A321-200NEO 항공기 25대 도입 계약을 체결하는 등 신성장동력 마련에 나선 바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내년 2분기 인천을 거점으로 중국, 일본, 동남아 노선을 갖춘 저비용항공사 '에어서울'의 첫 취항을 예상하고 있다. 다만 금호기업에 다수의 기업들이 금호기업 지분 참여 의사를 밝히면서 박 회장의 재건에 잡음이 나올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일단 투자하겠다는 기업들이 이사회를 거쳐 결정한 것이 아니기에 확정적이라 말하기 어렵다고 본다"며 "채권단에서 승인한다고 해도 박 회장이 금호기업의 50% 지분을 확보하지 않는 이상 현안에 대한 반발이 제기될 시 제압하기 어려운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황준호 기자 rephw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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