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활성화 카드 다 썼다…이제 '숨은 내수의 적' 뽑아야
기존 정책에 대한 방향전환·보완 등 필요
[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 오종탁 기자]3ㆍ4분기 경제성장률이 6분기 만에 0%대를 탈출한 것은 정부 정책의 역할이 컸다.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에서부터 자동차 및 대형가전의 개별소비세 인하,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 등에 이르기까지 사실상 정부가 내수 진작을 위해 쓸 수 있는 카드를 다 소진한 덕이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더 이상 정책카드가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새 카드를 무리해 만들기보다는, 그간 내수에 악 영향을 미쳐온 잘못된 정책들에 대한 '방향전환'이 필요한 시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표적으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과 도서정가제, 해외직구 활성화, 대형마트 규제 등은 당초 의도와 달리 '내수의 숨은 적'이 된 정책으로 손꼽힌다. 아직 시행 전인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법(김영란법) 역시 백화점, 외식업체 등 주요 내수업종에 타격을 입힐 것이 불 보듯 뻔하다.
단통법의 경우 이동통신사의 경쟁을 유도하고 가계의 통신비 부담을 줄인다는 취지로 도입됐지만 소비 위축, 기업실적 및 대리점 수익성 부진 등 내수에 악영향을 미쳤다.
시행 1년이 된 도서정가제 역시 마찬가지다. 통계청이 발표한 '9월 소매판매 및 온라인 쇼핑 동향'에 따르면 서적판매는 일반서점과 온라인에서 모두 급감했다. 현재로선 도서정가제 시행 시 책 값 상승에 따른 소비 감소를 유발해 출판업계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KDI의 지적이 맞아떨어지고 있는 셈이다.
지방자치단체가 실시하고 있는 대형마트 영업일수 규제는 수요를 고려하지 않은 규제가 소비를 위축시킨 결과라는 비판을 받는다. 마트에 가지 않은 소비자가 전통시장에 가기보다는 소비를 포기하는 사례가 더 늘었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경우 40년간 소매업 출점 제한 규제를 도입해오다 결국 규제를 완화하고 일요일 영업을 허용한 바 있다.
해외직구 활성화의 경우 국내 유통구조를 개선해 소비를 활성화할 것이라는 기획재정부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내수 유출 지적이 여전하다. 한 정부 관계자는 "구조적 측면에서 필요한 대책이지만 수익이 해외 생산자와 유통업자, 판매업자에게 고스란히 돌아가므로 우리 경제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은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이들 정책은 설계단계에서부터 경제적 여파 등을 치밀하게 반영하지 못해 기대와 다른 역효과를 낸 사례들이다. 김영란법처럼 취지와 명분은 좋지만 실리를 고려하지 않아 보완책이 필요한 사례, 큰 방향성에서는 꼭 필요한 정책이 시행 과정에서 내수에 일부 독이 되는 사례도 있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효과가 없는 걸 그대로 끌고 갈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효과가 없거나 역효과를 갖고 온 정책에 대해서는 방향전환이 이뤄져야 하는 시기라는 목소리가 높다. 최근 기재부가 명품가방 등 일부 사치품의 개소세 인하정책을 두 달여만에 원상 복귀한 것처럼, 효과가 없는 정책은 '오락가락 정책'이라는 비판을 감수하고서라도 바로 잡을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필요 없는 규제를 과감히 풀고, 내수확대, 서비스산업육성 정책은 더욱 과감히 추진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내수확대 문제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우리 경제의 먹거리가 될 산업을 육성한다는 차원에서 과감하게 규제를 풀어 서비스산업이 커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소득층의 소득을 늘려주는 대책이 내수활성화를 위한 방책이 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전성인 홍익대학교 교수는 "한계소비성향이 높은 저소득층의 소득이 늘면 소비도 늘어난다"며 "소득평준화 혹은 양극화 시정이 오히려 내수부양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언급했던 '소득주도 성장론'과도 연계된다. 국제노동기구에 따르면 유로존 내 국가의 임금이 1% 상승할 때 국내 수요량은 0.14%포인트 증가했다. 또 G20 국가들이 임금을 동시에 1% 올릴 경우 G20 국가들의 총생산을 0.36%포인트 증가시키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세종=오종탁 기자 ta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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