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또 하나는 '국토 균형발전'에 대한 것이다. 이번 공방에서 주요하게 맞선 논리는 '인구비례에 의한 대표성'대 국토균형발전론이었다. 인구비례론은 선거란 '표의 등가성'이 최우선이니 과소대표되는 도시지역의 선거구를 늘리고 과대대표되는 농촌의 선거구를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반면 인구비례성만으로는 비도시 지역의 발언권을 충분히 확보할 수 없으므로 국토균형발전이란 측면에서 보정(補正)이 이뤄져야 한다는 게 반대편의 논리다.
헌법에도 국가의 의무로 규정돼 있는 국토 균형개발은 산업화 과정 이후 전개된 지역 간 불균형 성장에 대한 시정 의지를 담고 있다. 즉 서울과 나머지 지방 간,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경부축 지역과 나머지 지역 간의 경제ㆍ사회ㆍ문화적 격차를 완화하자는 것이다. 이번 선거구 문제에서 제기된 것은 대체로 농촌지역과 도시지역 간의 균형발전일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묻게 된다. '도농(都農) 균형발전', 그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그것은 단지 경제력 발전의 균형을 말하는 것인가. 인구의 균형을 의미하는 것인가.
도농균형에 대한 좀 더 폭넓은 정의, 새로운 인식이 필요하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도농균형은 도시적인 것과 비도시적인 것의 균형, 세대의 균형, 속도의 균형, 가치의 균형, 인간 중심과 생태 중심의 균형이어야 하지 않을까. 그것은 예컨대 한 지역을 대표한다고 할 때 그 대표성이 단지 거기에 사는 인간들만을 대표하는 것이냐, 그 지역의 농경지와 산하, 삼림과 동식물까지 함께 아우르는 대표성이냐로 봐야 하는 것이냐의 문제를 던지는 데로까지 우리의 인식을 넓히고 높이는 것이어야 한다. 그것은 궁극적으로 도시와 농촌 간에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지는 문제다. 그것은 우리가 농업을 보존해야 한다고 할 때, 그것의 당위성을 넘어서 농업과 농촌을 보존하는 방식에 대한 더욱 많은 모색을 해야 한다는 요청이기도 하다.
서울의 주말농장이 이제 무와 배추 수확을 끝으로 올해 농사의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 홍성군의 사례도, 서울의 주말농장도 모두 도농 간의 소통일 것이다. 소통(疏通)이자 '소통(小通)', 즉 도농 간에 난 작은 길들이다. 이런 소통(小通)이 더욱 많아질 때 우리는 도농균형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거기에 아마도 지금의 디지털 속도전이 놓치고 있는 것들을 되찾아주는 또 다른 균형도 있을 것이다.
이명재 논설위원 prome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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