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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성민원에 보험사 '까만 손님 노이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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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상품 갈아타는 '승환계약' 허점 노리고
서명 없는 '불요식 낙성계약' 악용하고


<연도별 보험민원 건수와 주요유형>

<연도별 보험민원 건수와 주요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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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대섭 기자] #보험회사 전속 설계사와 보험상품 계약을 체결한 고객 A씨는 해당 설계사가 최근 독립법인대리점(GA)으로 회사를 옮기게 되자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냈다. 설계사가 불완전판매를 했다며 계약을 해지해달라는 이유였다. 설계사도 불완전판매를 인정해 보험사는 금감원의 권유에 따라 민원을 수용했다. 그러나 보험사 측은 억울했다. 가입된 지 5년이 지난 상황에서도 제대로 계약이 유지되고 있었고 불완전판매로 보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사실 A씨는 설계사와 짜고 거짓 민원을 낸 것이었다. 평소 자신과 친한 설계사가 회사를 옮기자 그와 계속 계약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보험사와 금감원을 속인 것이다.
보험사들이 '블랙컨슈머(악성 민원을 제기하는 소비자)'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계약의 문제가 전혀 없는 데도 민원 처리의 사각지대를 교묘히 이용하는 수법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A씨의 경우는 승환계약의 허점을 노렸다.

승환계약은 설계사가 고객의 계약을 해지한 뒤 새로운 회사의 보험계약으로 다시 가입시키는 것을 말한다. 보험사 간 공정경쟁 질서를 위해 보험업법에서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고객이 불완전판매에 대한 민원을 제기하고 설계사가 이를 인정하면 승환계약이 가능해진다.

'불요식 낙성계약'도 블랙컨슈머들의 단골 메뉴다. 설계사인 지인을 통해 보험사의 상해보험 상품에 가입한 B씨는 최근 납입 보험료를 모두 돌려달라며 금감원에 민원을 냈다. B씨는 상품에 가입할 때 설계사가 멀리 떨어져 있어 서명을 대신 부탁하고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생활이 어려워진 그는 보험계약을 해지해 해약환급금을 생활비로 사용했고, 그마저도 바닥이 나자 이번에는 불요식 낙성계약을 미끼로 삼았다. 본인 서명이 아닌 만큼 계약 자체가 무효라고 떼를 쓴 것이다.

불요식 낙성계약이란 설계사와 가입자 간 합의가 있으면 서명이 없어도 정상적인 계약으로 인정하는 보험업계의 관행이다. 하지만 구두 계약을 인지하고 있던 소비자가 뒤늦게 이를 문제 삼으면 보험사는 꼼짝없이 당한다. 결국 금감원의 결정에 따라 보험사는 B씨의 납입 보험료를 모두 돌려줬다.

보험사 관계자는 "설계사와 계약자가 잘 아는 사이인 경우는 불요식 낙성계약이 종종 이뤄지는데 이를 계약자가 나중에 악의적으로 이용한다면 보험사는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보험사들은 블랙컨슈머와 갈등을 소송으로 해결할 수도 있다. 하지만 민원이 발생했다는 자체가 보험사로서는 부담스럽다. 업계 관계자는 "금감원이 민원을 처리하는 와중에 보험사가 소송을 걸면 민원 개수에 따라 페널티를 받는다"며 "고액의 보험금 분쟁이 아닌 소액의 일반적인 민원은 억울하더라도 금감원의 권고를 따르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에 접수된 보험 민원은 2013년 3만9345건에서 지난해 4만4054건으로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 보험 민원은 2만2782건으로 전체 금융 민원 4만2614건 중 53.5%에 달한다.



김대섭 기자 joas1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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