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송 시간대 밤 12시~새벽 5시, '손 씻어라'·'물놀이 주의해라' 등 상식 수준
[아시아경제 권용민 기자] 긴급재난문자가 비상시 통신대란을 가져올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근 발송된 문자는 '메르스 예방을 위해 손을 잘 씻어라'라는 등의 상식적인 수준이 많아 국가 예산만 낭비하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통사의 망신호 처리수준은 재난문자를 발송하지 않는 평상시에는 25~30%에 불과하나, 재난문자 발송시에는 순간 부하량이 2배 증가해 60% 수준이었다.
국민안전처는 재난상황이 발생하면 문자메시지(SMS)가 아닌 셀브로드캐스팅 서비스(CBS)방식으로 국민들에게 문자를 보내고 있다. CBS 방식은 각 통신사의 서버로 긴급재난문자 발송을 요청하고 사업자는 교환기, 기지국을 통해 이용자 단말로 긴급재난문자를 발송하는 구조다.
즉, 연말연시나 콘서트, 올림픽, 월드컵과 같은 대규모 혼잡이 있는 상황에서 긴급재난문자가 발송되면 망운용의 부담이 몇 배로 증가할 수 있다.
긴급재난문자는 지난 2006년에 도입됐다. 정부는 시스템구축에만 8억2000만원을 사용했고, 매년 4000만원 가량의 유지보수비가 꾸준히 투입되고 있다.
긴급재난문자는 지난 2013년이후 총 822회 발송됐다. 발송된 시간대를 살펴보면 밤12시~새벽 5시 사이에 발송된 문자가 111회나 차지했다. 새벽에 굉음으로 국민의 단잠을 깨웠던 긴급재난문자의 내용은 대부분 안개주의 등을 알리는 기상안내문자에 불과했다.
내용 역시 지극히 상식적인 수준이 많았다. 가령 '메르스 예방을 위해 손을 잘 씻어라', '폭염 특보가 발령 중이니 야외활동을 자제하고 물놀이 안전에 주의하라' 등의 내용이었다.
그나마 지역별로 유용한 기상상황을 보낸 소방방재청과 달리 국민안전처에서는 메르스 예방수칙, 폭염 안내 등 일반적인 내용으로 긴급재난문자의 필요성에 의문만 키웠다.
송호창 의원은 "위기순간에 국민생명을 구해야 할 긴급재난문자가 뒷북행정, 전시행정으로 불쾌감만 조성하고 있다"며 "인구밀집지역에서는 비상상황 발생시 통신대란을 가져와 사태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 비판했다. 또 "국가의 통신망을 관리하는 미래부가 관계부처와 적극 협의해 재난문자의 안정성과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권용민 기자 festy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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