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찾은 교황…기후변화 대응 촉구 내용 담긴 연설
[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프란치스코 교황이 23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을 방문해 미국의 적극적인 기후변화 대응을 촉구하는 내용이 담긴 연설을 했다.
CNN 등 미 언론에 따르면 교황은 이날 오전 9시 22분께 백악관에 도착, 오바마 대통령 내외의 환대를 받았다. 백악관에는 성조기와 교황청 기가 빼곡히 내걸렸다. 교황이 백악관까지 타고 온 소형 피아트 500L 차량에서 내리는 순간 가톨릭 신자를 포함해 남쪽 잔디 광장을 가득 메운 1만5000명의 시민들은 환호했다.
교황은 미국에서의 첫 연설에서 이민문제와 기후변화 대책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이슈를 직접적으로 거론했다. 교황은 오바마 대통령이 역점적으로 추진하는 기후변화 대책을 "용기있는 일"이라고 평가하면서 "기후 변화와의 싸움은 더는 미래 세대에게 넘길 문제가 아니다. 지금이 기후변화와의 싸움에서 중요한 순간"이라고 강조했다.
교황은 또 기후변화의 극복 뿐 아니라 지구촌 빈곤 및 이민자 문제의 해결, 종교의 자유 등 문제에 대해 미국인과 미국 정부가 주도적으로 해결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교황은 자신을 "이민 가정의 아들"이라고 소개한 뒤 "미국은 그런 가족들에 의해 세워진 나라이며 나 자신 역시 미국의 형제로서 여기에 왔다"며 "시리아 난민사태 등 이민자의 문제에 미국이 관용적이고 포용적 입장을 취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다만 교황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이슈를 거론한데 대해 미국 정치권은 의견이 분분했다.
미국 공화당 대선주자인 젭 부시는 CNN에 기고한 글에서 "일부에서는 교황이 정치인처럼 나선다고 하지만 그의 주장은 정치보다 크다"며 "그는 지상에서 가장 큰 기독교인 집단의 정신적 지도자이자 좋은 의지를 가진 모든 이들에게 영감을 준다"고 전했다. 민주당 대선 주자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교황이 기후변화 문제를 언급한 데 대해 "기후변화 대응 활동의 중대한 전환점을 만들도록 도왔다"며 반겼다.
반면 폴 고사(공화ㆍ애리조나) 하원의원은 "교황이 기후변화나 분배 문제와 관련해 좌파 정치인처럼 행동한다"며 24일로 예정된 교황의 의회 연설에 불참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극우 방송인 러시 림보 역시 교황을 "순수한 마르크스주의자"라고 비난했다.
교황은 이날 연설 직후 오바마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비공개로 회동해 주요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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