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왁자디클]'에스컬레이터 두 줄 서기'
[아시아경제 김철현 기자] 국민안전처가 '에스컬레이터 두 줄 서기' 캠페인을 8년 만에 중단한다고 밝히면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실효성도 없고 잘 지켜지지도 않았기 때문에 이번 중단 조치는 당연하다는 반응도 있지만 여전히 캠페인과 관계없이 안전을 위해서는 두 줄 서기를 지키는 것이 맞다는 반론도 제기됐다. 하지만 한 줄 서기나 두 줄 서기 중 어느 것이 맞느냐는 공방에 앞서 불과 8년 만에 바뀐 당국의 오락가락 캠페인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다.
에스컬레이터를 탈 때 한 줄을 비워둘 것인가 아니면 두 줄을 채워 서서 갈 것인가는 별 일 아닌듯 싶으면서도 왠지 시민의식의 척도처럼 여겨졌었다. 실제로 영국 등을 비롯해 유럽 국가들은 에스컬레이터에서 바쁜 사람들을 위해 자연스럽게 한 줄을 비워두고 있다. 유럽에서 두 줄을 차지하고 서 있으면 배려가 없는 사람으로 취급당하기 쉽다. 이 때문인지 2002년 월드컵 준비가 한창이던 1999년 시민단체 등이 중심이 돼 '에스컬레이터 제대로 타기 운동'까지 벌이기에 이르렀다. 에스컬레이터를 탈 때 오른쪽에 한 줄로 서는 것이 선진국에 널리 보급돼 있는 '바르게 타는' 방법이며 청소년들이 이를 통해 질서의 아름다움과 소중함, 남을 배려하는 공동체 의식을 배울 수 있다고 강조했었다.
그러다가 정반대의 두 줄 서기 캠페인이 시작된 것은 지난 2007년이었다. 에스컬레이터 사고나 고장의 원인 중 하나가 한 줄 서기 때문이므로 안전을 위해서는 두 줄로 타야한다는 것이 요지였다. 한 줄 서기를 하면 사고 가능성이 높아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고 에스컬레이터 고장도 잦아진다는 이유를 들었다. 또 이를 수리하기 위해서는 세금이 투입되므로 시민의 재산까지 피해를 끼칠 수 있다는 논리다.
줏대 없이 바뀌는 캠페인의 방향 전환에 사람들은 헷갈릴 뿐이다. 한 줄을 비워두는 것이 바쁜 이들을 위한 배려라고 배웠는데 그러다가는 에스컬레이터 고장을 유발하고 사고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하니 도대체 에스컬레이터를 어떻게 타는 것이 올바른 시민의 자세일까 고민도 됐다. 정부의 캠페인에 따라 두 줄로 섰더니 뒤에서 배려심도 없는 사람이라는 따가운 눈총을 받기 일쑤였다. 비어 있는 한 줄로 바삐 가다 '두 줄로 생명과 재산을 지키자'는 캠페인 문구와 마주쳐 민망함을 겪기도 했다.
이번에 국민안전처가 밝힌 캠페인 중단 이유는 한 줄 서기를 선호하는 여론이 많고, 한 줄 서기가 에스컬레이터 관련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는 근거도 없으며 외국에서도 줄 서기 방법 자체를 캠페인으로 삼은 사례가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바꿔 말하면 국민을 대상으로 캠페인을 펼치면서 여론도 제대로 살피지 않고 일방적으로 실시했다는 자기 고백이다. 사고의 직접적 원인이라는 근거가 없음에도 이를 과장해 국민을 속이면서까지 외국의 관례와 상반된 캠페인을 했다는 말이다. 당국은 어물쩍 발을 빼고 있는데 그동안 캠페인에 들인 세금은 차치하고라도 시민들이 겪었을 혼란은 누가 책임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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