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철응 기자]서울시가 최악의 전세난을 완화하기 위해 재건축 단지인 강남구 개포시영(1970가구)와 강동구 상일동 고덕주공3단지(2580가구)의 이주 시기를 각각 4개월, 2개월씩 늦추기로 했다.


가을 이사 시기에 겹쳐 한꺼번에 전세 수요가 늘어나는 것을 방지하겠다는 것인데 2012년 근거 법령이 마련된 이후 처음으로 실행에 옮긴 것이다. 그만큼 최근 전세시장 상황이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당장 급한 불을 끄는 데는 다소 도움이 되겠지만 조정 기간이 짧아 단기적인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시는 10일 주택정책심의위원회를 열어 관리처분 인가를 신청한 개포주공3단지(1160가구), 개포시영, 고덕3단지의 이주 시기 조정 여부를 심의한 결과, 이같이 결정했다. 관리처분 인가가 나면 곧바로 이주와 철거가 진행된다.

개포주공3단지의 경우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다는 점을 감안해 시기 조정을 하지 않기로 했다. 개포주공3단지가 이달부터, 고덕3단지는 11월, 개포시영은 내년 1월로 두 달씩 이주 시기를 분산시킨 것이다.


서울시는 강남권의 주택 수급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는 점을 감안했다. 강남구의 경우 하반기 주택 공급은 3306가구인데 이주멸실은 3342가구로 844가구가 부족하며, 강동구 역시 공급보다 수요가 190가구 많다.


한국감정원 통계를 보면 올 들어 강동구 전셋값은 9.37%로 서울시 내에서 가장 많이 올랐고 강남구 역시 6.58% 상승해 서울 평균(4.06%)을 크게 웃돌았다. 대규모 재건축 이주의 영향으로 서울시는 보고 있다.


개포2단지의 관리처분 인가 시점인 지난 2월부터 강남구 전셋값이 두드러진 상승폭을 보였으며, 강동구 역시 지난해 10월 고덕2단지에 이어 올해 초 삼익그린1차 관리처분 인가가 나면서 전셋값이 크게 올랐다는 것이다.


개포1단지 56㎡형의 경우 지난해 말 1억4700만원이던 전셋값이 올해 3분기 1억9000만원으로 29.3% 치솟았다. 이같은 점에 비춰 서울시는 이번 위원회에 앞서 이미 이주 시기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내부적으로 판단했다.


서울시는 내년 2월까지 6개월간 이주 물량이 완화돼 주택 멸실이 다소 잦아드는 내년 중순까지 완만한 규모의 이주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또 지난 6~8월 건축허가가 급증해 내년 초에는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에 단독·다세대·도시형생활주택 3844가구가 공급될 예정이어서 세입자들의 원활한 재건축 이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봤다.


앞으로도 개포주공 1단지(5040가구)와 4단지(2840가구), 둔촌 주공(5390가구), 잠실 5단지(3930가구) 등 대형 재건축 단지들이 대기하고 있다. 서울시는 관리처분 인가 신청이 들어오는대로 시장 상황에 따라 시기 조정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번 조치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시기가 조정된 두 개 단지 모두 이달 말부터 10월을 이주 시기로 예정하고 있어서 실제로는 1개월, 3개월가량 늦춰지는 것이다. 서울시는 당초 관리처분 인가 조정 기간을 3개월, 6개월씩으로 하려 했으나 협의 과정에서 축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가을 이사철에 몇 달간 수요를 누르는 효과는 있겠지만 어차피 시장에서 수요가 발생할 것이라고 알고 있기 때문에 가격에 반영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아예 6개월 이상 길게 조정 기간을 잡지 않는 한 큰 효과를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시기 조정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는 의견도 있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명동스타PB센터 팀장은 “이주 시기를 조정하기보다는 최대한 조기 종결해 양질의 아파트를 공급하도록 하는 것이 낫다”면서 “다만 이번에는 6개월 내에서 조정했기 때문에 큰 무리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관리처분 인가 권한은 각 구청장이 갖고 있으며 ‘특별한 사유’가 있으면 서울시의 요청에 따르지 않을 수도 있다. 강남구와 강동구는 그동안 서울시와 수 차례 협의를 거쳐왔으나 시기 조정을 거부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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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포시영과 고덕3단지 재건축 조합은 불만을 표하면서도 받아들이는 입장이다. 고덕3단지 조합 관계자는 “방학이 시작되는 12월 전에는 이주를 해야 하는데 그나마 한 달 정도 늦춰지는데 그쳤다”면서 “미리 이주 준비를 끝내고 관리처분 인가가 떨어지면 곧바로 옮겨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개포시영 조합 관계자는 “서울에서 마지막 남은 시영 아파트로 너무 낡아서 세입자가 안 들어오니까 빈집이 자꾸 늘어나고 있다. 18년을 기다려왔는데 다시 4개월을 늦추라니 안타깝다”면서 “그나마 협의를 통해 조정 기간을 단축시킨 것이며 이주 기간을 좀 더 줄이든지 하는 방법으로 시간을 벌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철응 기자 he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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