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코스닥 상장 60%, '스팩'으로 채웠다
역대 81곳 중 17곳만 합병 성공
3년내 합병대상 못찾으면 상폐
"거래소, 과도한 건수 올리기"
[아시아경제 최동현 기자] 올해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기업 중 60%가 스팩(SPACㆍ기업인수목적회사)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한국거래소가 상장 건수에 집착해 스팩 유치에만 열을 올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코스닥에 상장한 기업은 총 52개사(재상장 6개사 제외)로 이중 스팩은 60%인 31개사에 달한다. 이는 연간 스팩 상장 건수(2010년 21개, 2011년 1개, 2013년 2개, 2014년 26개)와 비교했을 때 상당히 높은 수치다. 코스피에서는 올해 스팩으로 상장한 기업이 단 한건도 없다.
스팩이란 비상장사 회사를 인수합병(M&A)하는 것이 목표인 페이퍼컴퍼니(서류상 회사)다. 3년 내에 합병 대상 기업을 찾지 못하면 자동으로 상장 폐지된다. 스팩을 통한 상장은 일반 상장보다 절차도 간소하다.
최경수 거래소 이사장은 지난 7월 하계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코스피 20개사, 코스닥 100개사, 코넥스 100개사 등 총 220개사를 상장시키겠다"고 밝혔다. 증시 활황 분위기에 힘입어 올초 잡았던 목표치에서 50개사를 추가했다. 성장성과 기술력을 갖춘 벤처ㆍ중견 기업을 유치해 코스닥ㆍ코넥스를 창조경제의 산실로 만들겠다고도 언급했다. 하지만 일반 기업이 아닌 스팩을 통해 상장 건수가 채워지는 모양새라 이에 대한 부작용이 하나둘씩 드러나고 있다.
우선 최근처럼 스팩이 시장에 대거 몰릴 경우, 합병 대상 기업을 찾기란 더욱 어려워 질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2009년 스팩이 처음 도입된 이후 총 81개사의 스팩이 상장했지만 이중 17개사만 합병에 성공했다.
스팩에 주로 투자하는 투자자문사 관계자는 "알짜 기업을 유치하려는 스팩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요즘 비상장사 오너의 콧대가 하늘을 찌를 지경"이라며 "또 장외 시장에서 자신이 가진 기업의 주가가 급등할 경우 비정상적인 값을 부르는 오너가 많아져 합병 성사가 쉽지 않다"고 귀띔했다.
비상장 기업 입장에서는 요즘처럼 상장된 스팩의 주가가 높다는 점도 합병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스팩의 주가가 높을수록 비상장 기업 최대주주의 지분율 손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엔 스팩 투자로 대박을 냈다는 소문이 이어지면서 투자자가 대거 몰리며 스팩 주가가 급등하고 있다. 올해 상장한 31개 스팩의 주가는 지난달 말 기준 공모가 대비 모두 상승했으며 평균 13.56% 올랐다.
한 스팩 전문가는 "스팩 합병 기준가는 30% 할인이 가능하지만 스팩 주가가 2000원대 후반을 넘으면 비상장사 입장에서는 스팩 합병이 아닌 다른 대안을 찾을 확률이 높다"며 "최대주주의 지분율이 크게 줄어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합병 과정에서의 정보 유출 의혹으로 개인투자자들이 큰 피해를 입는 경우도 많다. 지난 7월 콜마비앤에이치 최고재무책임자(CFO)인 김모씨 등 임직원 30여명이 미래에셋제2호스팩과의 합병 전 주식을 대거 매집해 거액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가 포착돼 검찰 수사가 진행중이다. 지난 3월말엔 대우스팩2호와 선바이오의 합병이 발표되기도 전에 소문이 퍼져 주가가 급등하기도 했다. 이밖에 KB스팩6호와 NH스팩2호 등도 엉뚱한 기업과 합병설이 돌거나, 합병 발표 직전 주가급등락 현상을 보이는 등 투자자들에 큰 혼란을 야기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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