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기업들의 신용등급 하락이 속출하고 있다. 업황 악화에 따른 실적 부진이 반영된 결과다. 신용등급 하향은 당분간 이들 업종의 상황이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 깔려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신용평가(한신평)은 지난 28일 조선업계 1위 기업인 현대중공업의 회사채 신용등급을 'AA-'에서 'A+'로 강등하고,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변경했다. 계열사인 현대삼호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신용등급도 회사채는 'A+'에서 'A'로, 기업어음은 'A2+'에서 'A2'로 각각 하향 조정됐다. 한신평은 현대중공업이 올 2분기에 해양 부문에서 예상을 웃도는 손실을 낸 데다가 유가 하락에 따른 해양플랜트 시장 침체와 건조 차질, 추가 원가 투입 등으로 수익 구조 개선의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하향 조정 배경을 설명했다. 한신평은 또 국내 '조선 빅3' 중 하나인 대우조선해양에 대해서도 "자본 확충과 현금 수혈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실사에서 추가 손실이 드러나거나 적기에 자본을 충분히 확충하지 못하면 등급 하향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경고했다.

앞서 27일엔 한신평이 삼성엔지니어링의 회사채 신용등급을 'A+'에서 'A'으로 하향 조정했다. 수익성 회복의 지연과 신규 수주 축소에 따른 성장성 둔화, 대규모 손실 발생과 차입부담 확대에 따른 재무안정성의 저하 등이 조정 이유라고 한신평은 설명했다. 같은 날 SK케미칼의 무보증 회사채 신용등급은 'A'에서 'A-'로 내려갔다. 올해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영업손실을 내면서 수익성 악화 추세가 지속된 결과가 반영됐다.

AD

지난 17일엔 NICE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가 나란히 대한항공 회사채등급을 'A-'에서 'BBB+'로 강등했다. 경쟁 강도 심화로 시장 지위가 약화했고 대규모 투자 계획으로 재무 부담이 늘었다는 것이 강등 이유다. 계열사인 한진해운은 모회사인 대한항공의 신인도 저하로 계열 지원 능력이 나빠졌다고 판단해,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내렸다.

올 상반기에는 비자금 조성 등의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포스코와 동국제강, 중앙대 특혜 비리와 연루된 두산그룹 등 무려 88개 기업의 신용등급이 한 두단계씩 밀렸다. 또 새만금 방파제 공사에서 입찰 담합을 주도한 SK건설은 신용등급 전망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강등되기도 했다. 올 7~8월까지 합하면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된 기업의 수는 벌써 지난해 연간 수준(100개)에 육박한다. 등급 하락 기업 수는 2011년 50개에서 2012년 60개로 조금 늘고, 2013년과 작년엔 100개에 달하는 등 증가 속도가 급속히 빨라지는 추세다. 장기간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기업들의 실적이 나빠진 탓으로 풀이된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조선, 철강 등 국내 주요 제조업체가 장기 불황 속에 재무구조개선과 현금유동성 확보가 관건인데, 엎친 데 덮친 상황이 현실화됐다"면서 "기업 활동이 위축된 상황에 신용등급까지 추락하면서 가뜩이나 어려운 기업이 더 힘들어지는 악순환 고리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형광 기자 kohk0101@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