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노동시장 유연화, 경기회복 발목 잡을수도"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프레카리아트(precariat)'는 불안한이라는 뜻의 'Precarious'와 무산계급을 뜻하는 '프롤레타리아(Proletariat)'의 합성어다. 한 마디로 불안정한 비정규직을 뜻한다.


유럽 경기 회복이 이제 막 시작되면서 증가하고 있는 비정규직이 유럽의 고민거리가 되고 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FT)가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고용 보호 규정이 강력한 것으로 알려진 유럽이지만 오늘날 젊은이들 중 절반 이상이 임시직이다. 유로존 15~24세의 청년층에서 임시직 비율은 사상 최고치인 52.4%를 기록 중이다. 프랑스에서는 종신 직업 비율이 2000년 25%에서 현재 16%로 떨어졌다. 스페인에서는 청년 중 70%가 임시직 계약을 맺고 있다.

임시직 급증은 금융위기 후 두드러진 현상 중 하나다. 금융위기 후 이탈리아·스페인·포르투갈 등 유럽 국가들이 취한 노동시장 개혁의 목적 중 하나는 노동시장의 유연화였다. 기업들이 노동자들을 더 쉽게, 비용을 덜 치르는 방식으로 해고할 수 있게 해 주면 고용주들이 고용에도 좀더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본 것이다.


하지만 유럽 경제가 회복세로 돌아섰지만 여전히 많은 고용주들은 정규직 고용을 꺼리고 있다며 이에 따라 금융위기 후 진행된 노동시장 개혁이 위기에 빠졌다고 FT는 진단했다.

경기 회복이 가시화되면서 지난해 유로존 19개 회원국 중 13개 국가에서 비정규직 비율이 되레 상승했다. 금융위기 당시 자르기가 쉬워서 하락했던 비정규직의 비율이 다시 오르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여전히 유럽 실업률이 높은 상황에서 불안정한 노동자들만 양산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경기 회복이 진행되고 있지만 불완전 고용이 늘면서 되레 빈곤률은 오르고 있다.


일부 유럽 국가에서는 비정규직이 비정상적으로 급증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스페인·프랑스·이탈리아·포르투갈 등에서는 고용시장 균열이 심각하게 드러나고 있다. 강력한 고용 보호 규정을 적용받은 반면 나이 많은 노동자들과 달리 젊은 노동자들은 불안정한 고용 계약을 맺었고 이 때문에 금융위기 후 청년 실업률이 치솟은 원인이 됐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단순히 세대간 불공평의 문제로만 끝나지 않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젊은이들의 노동학습 부족으로 미래 숙련 기술의 부족과 생산성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OECD는 이탈리아·프랑스·스페인에서 과도한 임시직의 증가를 경고하며 이는 경기 회복을 위한 징검다리가 아니라 함정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노동시장 유연화가 경기 회복으로 연결되는 것이 아니라 고용 불안으로 이어져 경기 회복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OECD의 고용 담당 이사인 스테파노 스카페타는 "임시직 계약은 노동자나, 기업 모두에 차선책"이라며 "이는 혁신과 경제성장을 이끌어내는 방법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에서는 3년을 일하고 정규직으로 신분을 변경할 수 있는 임시직 노동자의 비율이 30%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AD

현재의 임시직 증가를 심각하게 볼 필요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용주들은 여전히 신뢰가 약한 경기 회복의 초기에는 정규직 대신 임시직을 고용하는 경향을 보이며 따라서 유럽 경기 회복 초기인 지금 비정규직이 늘어나는 것에 대해 어떤 판단을 내리기에는 이르다는 것이다. 우버와 같은 기술 관련 스타트업 기업들 때문에 임시직이 많은 것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스페인 마드리드 자치대학의 마르셀 얀센 교수는 "추가적인 조치가 없으면 이분화된 노동 시장 문제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더욱 중요한 것은 장기 실업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임시직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얀센 교수는 "임시직 계약에 엄격한 규제를 도입한다면 장기 실업자와 고용시장 사이의 유일한 다리를 파괴하는 것일 수 있다"며 "경기 회복이 좀더 뚜렷해지고 난후 임시직 문제를 다시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