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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준 칼럼]양심은 어디로 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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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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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울 때면 남을 울리는 범죄가 기승을 부리게 마련이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 사태가 벌어진 요즘도 예외는 아니다. 의료기관이나 공공기관을 사칭해 "환자 지원금을 제공하니 주민등록번호를 불러달라"는 내용의 전화나 문자를 넣어 돈을 가로채는 지능형 금융사기, 보이스피싱, 스미싱이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다.

지능형 금융사기나 보이스피싱은 금융당국과 관련 단체들이 척결하겠다며 '범금융권 협의체'를 출범시킨 5대 금융악 중의 하나다. 5대 금융악이란 보이스피싱 등 금융사기, 불법사금융, 불법 채권추심과 꺾기다. 금융회사의 우월적 지위 남용행위, 보험사기 등 민생침해 행위로 좀체 근절되지 않는 고질(痼疾)이다.
보험사기도 끊이질 않는다. 과거와 다른 것이 있다면 병원사무장과 보험설계사 등이 주도적 역할을 하는 지능적인 수법의 보험사기가 최근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병원과 설계사 관련 보험 사기는 2012년 160억원에서 지난해 450억원 규모로 크게 늘었다. 허위ㆍ과다입원 환자인 속칭 '나이롱 환자'의 보험사기는 같은 기간 44억원에서 735억원으로 증가했다. 외제차 수리비 관련 보험사기는 5250억원 규모에서 7858억원 규모로 커졌다.

보험사기 가담자는 연령대 구분이 없다. 지난해 적발된 8만4358명 중 10대와 70대가 각각 1.6%, 20대 13.9%, 30대 23.5%, 40대 25.4%, 50대 25%, 60대 8.4%로 나타났다. 보험금은 '공돈'이며 '먼저 먹는 사람이 임자'라는 생각이 만연해 있지 않으면 불가능한 현실이다. 양심의 가책은 보험금 앞에서 설자리를 잃었다.

의료기관의 비급여 진료 확대도 우리 사회의 양심 실종 사례다.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진료를 늘리면 의료기관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 보험가입자들은 본인부담이 커지지만 민간의료보험(실손보험)에 가입해 비급여진단과 진료를 받을 수 있어 응낙한다. 꼭 필요하지 않은데도 몇 차례나 반복하고 동일한 진료인데도 병원별로 가격 차가 천차만별인 비급여진료가 늘어나는 것은 병원과 환자의 도덕적 해이가 만들어낸 합작품이다. 이는 보험사들의 손해율을 높이고 결국 가입자 전체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신경쓰는 이는 별로 없다.
이런 양심의 실종이 우리 사회에 사기범죄가 많은 근본 이유가 아닐까 싶다. 경찰청에 따르면 사기범죄는 지난 5년 동안 해마다 20만건 이상 발생했다. 2009년 22만1796건에서 2013년 26만9082건으로 크게 늘었다. 인구 1000명당 발생 건수는 2009년 451건에서 2013년 536건으로 증가했다. 사기 가담자는 1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하며 특히 전과 1범 이상의 범죄자 비율이 38.6%로 가장 높았다.

사기범죄자들은 고의로 속일 생각을 갖고 있느냐를 입증하지 못하면 사기는 처벌하기 어렵다는 점을 악용한다. 이들은 돈을 빌리고서도 "갚으려고 하는데 사정이 여의치 않다"는 말로 법망을 교묘히 빠져나간다. 그럴 듯한 언변과 순진한 표정으로 법을 조롱한다. 잡범 수준의 사기꾼과 보이스피싱 같은 지능형 범죄는 생명력을 지속한다. 경제가 어려울 때면 어김없이 나타나 서민을 울리는 사기범죄는 생명력이 끈질기다. 법망을 촘촘히 하고 집행을 엄격히 한다고 해도 뿌리 뽑기 어렵다. 사마천은 사기에서 "법망이 가장 치밀했던 때 간교함과 속임수가 가장 많았다"고 했다.

그렇다고 그냥 내버려둘 수는 없는 노릇이다. '5대 금융악' 척결 노력처럼 엄정한 법집행으로 '사회의 물'을 맑게 하는 동시에 개인이 양심의 가책을 느끼도록 한다면 어떨까? 공자께서는 "부끄러움을 알게 해야 범법이 줄어든다"고 했다. 부끄러움을 알도록 하는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는 일이 필요하다.





박희준 논설위원 jacklon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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