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조行 열차에 올라타라] HDC신라면세점 '거인의 악수'
범 현대가와 삼성가 손잡은 '용산, 용틀임' DF랜드로 승부수
호텔신라 이부진 사장(왼쪽)과 현대산업개발 정몽규 회장(오른쪽)이 지난달 25일 용산 아이파크몰에서 열린 HDC신라면세점 출범식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범(汎) 현대와 삼성의 만남' '적과의 동침' '신의 한수'…
현대산업개발과 호텔신라의 합작법인 'HDC신라면세점'을 둘러싼 시장의 평가다. 서울 시내 신규 면세점 사업권을 획득하기 위한 두 대기업의 전례없는 화합은 재계에도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이번 합작을 통해 현대산업개발은 전무한 면세점 운영노하우를 갖추게 됐고, 호텔신라는 용산 부지를 획득하는 동시에 '독과점'이라는 비난에서도 한발 멀어질 수 있게 됐다.
각자의 한계극복을 위한 전략적인 선택이 이번 합작의 배경이었지만, 이들이 내놓은 용산 'DF랜드'의 청사진은 인프라와 사업계획 면에서 손색이 없다. 특히 상권이 시들해진 용산지역에 6만5000㎡ 규모의 초대형 면세점을 짓고, 400여대 주차가 가능한 대형 주차장을 구비해 기존 면세점들의 고민이었던 '여유있는 쇼핑'을 가능케 한다는 데 의미가 크다. 기차역, 지하철역이 연결돼 강북과 강남, 서울과 지방, 공항과 도심을 연결한다는 접근성 측면에서도 경쟁사 대비 우위에 있다.
'상생'과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서울 시내 및 지방으로의 '관광확장'에 초점을 맞춰, '한류문화'를 시설에 접목시킨다. 전체 부지의 절반 이상(3만7600㎡)에 한류공연장, 관광홍보관, 관광식당, 주차장 등 연계 시설을 조성한다. 중국 최대 여행사와 협조해 관광객을 유치하고, 코레일과 철도관광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 지방 관광 활성화에도 앞장선다.
지방 자치단체와 협력해 방문객을 대상으로 지방 관광을 홍보ㆍ지원하고 면세점 매장 내에 지역특산품 전용관을 설치한다. 이를 위해 호남, 충청, 강원 지역 자치단체와 협약을 체결하고, 경북ㆍ경남지역에는 종가음식ㆍ고택 체험 관광상품화 개발을 적극 지원하는 등 전국 지방관광 활성화를 추진할 방침이다.
활기를 잃은 용산지역의 상권을 부활시켜, 일본 도쿄의 '아키하바라'를 모델로 용산을 ITㆍ전자 관광의 중심지로 부활하도록 힘을 보탤 예정이다. 연결 시설 리뉴얼과 노후된 상가 개보수 등도 약속한 상태다.
시장에서는 HDC신라면세점을 유력 후보로 꼽으며 특허권 취득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현대증권은 DF랜드가 설립될 경우 호텔신라의 매출이 2조원, 영업이익이 2000억~3000억원 가량 추가될 것으로 전망했고, 신한금융투자는 DF랜드를 특허 후보 '1순위'로 판단한다면서 그 근거로 관세청의 주요 평가항목인 '관리역량'과 '경영능력'을 꼽았다. 업계에서 유일하게 세계 관세기구 수출입 안전 관리 우수 기업 인증(AEO)를 획득했고, 싱가포르, 마카오 등 해외 면세점을 운영중이라는 점이 강점으로 평가했다. 미국의 면세전문 기업 디패스(DFASS)를 인수해 구매 역량을 강화, 원가 절감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업그레이드 시킨 점도 눈에 띈다.
성준원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DF랜드가 제시한 면세점 규모는 세계 최대 규모의 도심형 면세점"이라면서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면세점 사업자가 나오기를 바라는 정부의 입장과도 잘 맞아 떨어진다"고 말했다.
다만, 합작법인 형태로 진입한다고 해도 독과점 문제에서 완전히 자유롭기는 어려운 게 사실이다. 지난해 기준 국내 면세점 시장 점유율은 롯데면세점이 47%, 호텔신라가 31% 수준이다. 양사가 80%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관세청이 추가 출점에 따른 몰아주기 논란을 감당할지 여부는 미지수다.
이에 대해 양창훈 HDC신라면세점 대표는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규모의 경제를 이루는 관점도 필요하다"면서 "도심 한복판 대형 면세점의 등장은 서울의 관광 경쟁력을 한 층 높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엔저와 중국 내수 활성화 정책 등 외부 영향이 면세사업의 한계로 꼽힌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우리 면세점이 외부 영향에 취약한 것은 모든 관광이 쇼핑 위주이기 때문"이라면서 "판매 전략으로만 접근하기 보다는 지방과의 연계 등 '한국 관광의 재발견'이라는 즐거움을 줘야한다"고 역설했다.
양사 입장에서 이번 입찰은 회사의 성장 여부를 가늠할 주요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호텔신라의 경우 호텔업 부진속에 지난 1분기 매출 가운데 면세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91%를 기록했다. 호텔(6%), 생활레저(3%) 등 기타 사업에 비해 절대적인 수준이다. 현대산업개발 역시 국내외 성장 정체로 미래전략을 고민해야 하는 시기에 핵심 사업으로 '면세점 사업'을 선택했다. 2004년 분양임대 형식으로 오픈한 현대아이파크몰이 지난해가 돼서야 흑자전환에 성공했다는 점도 이번 도전의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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