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법 제7조' 재판관 6대3 의견 '헌법불합치' 결정…내년 말까지 관련 조항 개정해야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동일 범죄로 외국에서 처벌을 받았다면 국내에서 재판을 받을 경우 이를 고려해 감형해야 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대한민국 여권을 위조해 홍콩에서 처벌을 받았던 송모씨가 형법 제7조를 대상으로 제기한 헌법소원심판 청구 사건에서 헌법재판관 6명(헌법불합치)대 3명(합헌)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고 2일 밝혔다.

헌재는 당장 관련 법조항을 없애면 혼란이 벌어질 것을 우려해 내년 12월 말로 개정시한을 정했다. 당분간 현재 법조항이 유지되지만 내년 말까지 개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만약 국회가 개정입법을 하지 않으면 2017년 1월1일부터 해당 조항은 효력을 상실한다.


헌재 "동일범죄로 외국 처벌시 국내서 감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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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씨는 2011년 6월 홍콩 국제공항에서 대한민국 여권 위조와 관련해 체포돼 홍콩 법원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송씨는 홍콩에서 8개월 정도를 복역하다 강제 추방됐고 국내 입국장에서 체포된 뒤 다시 기소됐다.

인천지방법원은 송씨에 대해 홍콩과 같은 범죄사실로 징역 6월을 선고했다. 송씨는 항소심까지 징역 6월이 선고되자 대법원에 상고했다. 송씨는 상고심 과정에서 형법 제7조를 대상으로 하는 위헌법률심판 제청신청을 냈지만 기각됐고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형법 제7조(외국에서 받은 형의 집행)는 ‘범죄에 의해 외국에서 형의 전부 또는 일부의 집행을 받은 자에 대하여는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국내에서 형량을 정할 때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있지만 반드시 감경하는 것은 아니고 법관의 재량에 맡겨져 있다. 법관 재량에 맡길 게 아니라 반드시 감경 또는 면제하는 내용이 법에 포함돼 있어야 한다는 게 헌법소원을 제기한 배경이다.


헌재도 이러한 의견을 받아들였다. 헌재는 “외국에서 실제로 형의 집행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형법에 의한 처벌 시 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면 신체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 될 수 있으므로 그와 같은 사정은 어느 범위에서든 반드시 반영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형의 감면 여부를 법관의 재량에 전적으로 위임하고 있어 개별적인 사건에 따라서는 신체의 자유에 대한 심각한 제한이 발생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헌재는 “우리 형법에 의한 처벌 시 외국에서 받은 형의 집행을 전혀 반영하지 아니할 수도 있도록 한 것은 입법재량의 범위를 일탈하여 필요최소한의 범위를 넘어선 과도한 기본권제한”이라며 “이 사건 법률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되어 청구인의 신체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밝혔다.


헌재 관계자는 이번 결정에 대해 “신체의 자유는 모든 기본권 보장의 전제조건이므로 최대한 보장되어야 한다”면서 “외국에서 실제로 형의 집행을 받은 사정은 우리 형법에 의한 처벌 시 어느 범위에서든 반드시 반영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하게 확인한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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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강일원 서기석 조용호 재판관은 소수의견을 통해 “국가안보에 위협을 가하는 범죄 등과 같이 이를 처벌하여야 할 필요성이 강한 영역이 있고 동일한 행위에 대해 외국에서는 우리 형사법이 정한 형보다 가벼운 형을 규정하거나 혹은 실질적으로 동일한 불법내용이 규정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있을 수 있으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임의적 감면 방법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면서 합헌을 주장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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