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시장도 뉴노멀…마이너스 금리 홍수
스위스, 사상 첫 10년물 국채 마이너스로 발행…멕시코는 100년만기 유로 채권
[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마이너스(-) 국채 금리'가 국제 금융시장의 현실이 되고 있다.
8일(현지시간) 스위스 정부는 10년물 국채를 마이너스로 발행했다. 전 세계에서 2년, 5년 등 단기물이 아닌 10년물 국채가 마이너스로 입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스위스는 이날 2025년 만기 국채 2억3251만스위스프랑(약 2628억원)을 -0.055%의 금리로 발행했다.
국채금리가 마이너스라는 건 투자자들이 만기 때 받을 원금보다 비싼 가격에 국채를 산다는 의미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자를 받기는커녕 손실을 보는데도 스위스 국채 입찰에 예상을 웃도는 수요가 몰렸다고 전했다.
이미 독일·네덜란드·스페인·포르투갈 등 유럽 주요국 국채금리는 마이너스로 내려가 있다. 블룸버그는 유럽 국채의 3분의 1이 마이너스 수익률을 나타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이너스 국채에 투자자들이 몰리는 이유는 각국 중앙은행이 대거 자국 국채를 사들이는 양적완화 정책을 펴고 있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의 불안감'도 안전자산인 국채 수요 확대를 이끄는 요인이다. 미국의 금리인상 시기 지연, 글로벌 경제의 저상장과 디플레이션 우려 등이 겹치면서 약간의 비용을 감수하고서라도 국채를 보유하고 있는 게 낫다는 투자심리가 작용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더 많은 국채 금리가 마이너스로 내려갈 것으로 예상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마이너스 국채금리가 채권시장의 '뉴노멀'이 되고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투자자들이 마이너스 금리를 덤덤히 받아들여야 한다는 분석이다.
저렴해진 자금조달 비용 탓에 장기 채권 발행도 느는 추세다. 멕시코 정부는 이날 100년만기 유로 표시 국채를 성공적으로 발행했다. 멕시코는 지난해에도 100년만기 파운드화 채권을 발행했다. 멕시코 경제의 펀더멘털은 신흥국 중에서도 좋은 편이다. 이번에 발행한 100년물 국채의 표면금리는 4.2%로 다른 유로표시 채권에 비해 수익률도 좋다.
멕시코에 앞서 캐나다와 스페인은 처음으로 50년만기 국채를 발행했다. 프랑스전력공사(EDF)도 100년물 채권을 달러화와 파운드화로 발행했다.
장기 채권이 늘고 금리는 하락하는 채권 시장의 움직임이 우려스럽다는 지적도 나온다. 저수익 채권이 장기간 지속될 경우 반대로 채권 시장이 정상화됐을 때 금융시장이 받을 충격이 크다는 뜻이 된다.
영국 투자은행 HSBC의 스티븐 메이저 글로벌 채권 시장 대표는 "현재의 채권은 더 이상 과거와 같은 채권이 아니다"고 말했다. 영국 투자회사 헨더슨 글로벌 인베스터즈의 제임스 매컬레비 금리 대표는 "시장을 왜곡하는 정부 정책들이 계속되는 한 채권시장의 이상 현상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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