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는 봄, 3色 발레 열전
낭만발레 '지젤'에서부터 모던발레 '멀티플리시티' 'Tragedie-비극'까지
[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낭만적인 고전 발레에서부터 감각적인 모던 발레, 파격적인 프랑스 무용까지, 올 봄 다양한 발레 작품들이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국립발레단은 2015년 첫 작품으로 낭만 발레의 대표작 '지젤'을 선보인다. 유니버설발레단은 지난해 초연 무대에서 호평을 받은 '멀티플리시티(Multiplicity)'를 다시 무대에 올리고, 프랑스 국립안무센터 발레 뒤 노르 컴퍼니의 '비극(Tragedie)'은 내달 성남아트센터에서 아시아 초연 무대를 갖는다.
죽음을 초월한 사랑의 완성 '지젤'
'지젤'은 19세기 낭만주의의 흐름을 타고 만들어진 작품이다. 낭만주의 대표 발레리나 카를로타 그리지의 춤을 보고 그녀를 숭배하게 된 테오필 고띠에는 그녀를 위한 역할을 구상하던 차에 '죽을 때까지 춤추는 아름다운 소녀'에 대한 위고의 시 '유령들'에서 영감을 얻었다. 이후 테오필 고띠에는 독일의 한 마을에 내려오는 전설을 주제로 발레 각본을 완성했다. 이 각본을 토대로 완성된 '지젤'은 파리오페라극장에서 1841년 6월28일에 초연됐고, 폭발적인 반응을 얻어 유럽 각국의 발레단으로 수출됐다고 한다.
작품 '지젤'은 시골처녀 '지젤'의 죽음을 초월한 사랑을 다룬다. 지젤은 신분을 숨긴 귀족 알브레히트와 사랑에 빠지지만 그에게 약혼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충격에 빠져 죽은 후, 숲 속을 지나가는 남자들을 죽을 때까지 춤을 추게 만드는 윌리(결혼 전에 죽은 처녀들의 영혼)가 된다. 지젤의 무덤을 찾아왔다가 윌리들의 포로가 된 알브레히트가 지젤의 사랑으로 목숨을 구한다는 게 줄거리다. 지젤의 사랑과 배신, 분노, 자살 등을 다루는 1막은 확실하고 명쾌한 획으로 그려진다. 이어지는 2막에서는 순백색 로맨틱 튀튀를 입은 윌리들의 군무가 압권을 이룬다.
국립발레단은 1999년 마리나 콘트라체바에 의해 재구성된 볼쇼이 발레단 스타일에서 벗어나 2011년 파리오페라발레단의 부예술감독인 파트리스 바르의 '지젤'을 초연했다. 19세기 낭만발레의 오리지널 무대를 충실히 살려낸 것이 특징이다. 공연은 3월25일부터 29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진행된다. 지젤 역에는 김지영, 이은원, 박슬기, 알브레히트 역에는 김현웅, 이재우, 이영철이 출연한다.
무대에서 펼쳐지는 바흐의 삶과 음악 '멀티플리시티'
유니버설발레단이 올해 첫 정기공연으로 선택한 작품은 나초 두아토의 전막 발레 '멀티플리시티'다. 올해 바흐 탄생 330주년을 맞아 그의 탄생을 기리는 의미에서 선택했다. 1999년 초연된 이래 꾸준히 공연되고 있는 '멀티플리시티'는 전세계 발레단 중 다섯 번째,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유니버설발레단이 공연권을 가지고 있다. 초연 당시 독일 바이마르 시와 스페인 국립무용단이 바흐 서거 250주년을 기념해 제작한 작품으로, 이듬해인 2000년에 무용계의 아카데미상이라 불리는 '브누아 드 라 당스' 최고안무상을 수상해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스페인 출신의 세계적인 안무가 나초 두아토는 바흐가 살았던 시대적 배경과 그의 음악 세계, 내면의 드라마 등 바흐의 삶에 대한 모든 것을 작품 속에 담아내고자 했다. '멀티플리시티'의 뜻은 다양성이다. 1부는 프롤로그와 13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돼있으며, 바흐로부터 받은 영감을 다채로운 춤으로 형성화했다. 특히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제1번 프렐류드(BWV 1007)에 맞춰 펼쳐지는 바흐와 여성 무용수의 파드되(두 사람이 추는 춤)가 인상적이다. 여자 무용수를 첼로인 듯 활을 켜며 연주하는 장면에서 무용수와 악기, 음악이 완벽하게 하나가 된다.
2부 '침묵과 공의 형상'에서는 바흐의 말년과 죽음에 초점을 맞춘 드라마가 전개된다. 토스카와 푸가에 맞춰 남성군무들이 죽음을 암시하는 동작을 펼치고, 눈이 멀어버린 말년의 바흐가 음악을 상징하는 여성 무용수에 이끌려 등장한다. 다가오는 음표를 가로질러 공허하게 걸어가는 눈 먼 바흐의 모습을 통해 '인생을 짧고 예술은 영원하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공연은 3월19일부터 22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열린다. 공연 전에는 문훈숙 단장이 직접 나초 두아토와 작품에 대한 해석을 들려주는 시간을 마련했다.
파격적인 19금 프랑스 무용 'Tragedie-비극'
올해로 개관 10주년을 맞은 성남아트센터는 오는 4월 프랑스 안무가 올리비에 뒤부아의 'Tragedie_비극'을 선보인다. 2012년 아비뇽페스티벌에서 최고의 화제작이 됐던 작품으로, 공연시작부터 끝까지 모든 무용수가 나체로 등장한다. 'Tragedie_비극'은 니체의 '비극의 탄생'에서 철학적 영감을 얻었다. 대담하게 전라(全裸)의 인간군상을 선보이며 춤의 초월적인 해방을 표현하고 있다. 2012년 초연 이후 프랑스 리옹, 영국 런던, 이스라엘 텔아비브, 캐나다 몬트리올, 스위스 취리히 등 세계 40여 개 도시를 돌며 전 세계 무용계에 큰 화제와 이슈를 낳았다.
극은 '퍼레이드', '에피소드', '카타르시스' 등 세 단계로 진행된다. 신체적 차이를 극명하게 표현하기 위해 각각 아홉 명의 남성과 여성이 성(性)의 유혹과 원초적인 신체 상태를 표현한다. 22세부터 51세까지로 구성된 18명의 무용수들은 다양한 인간상을 상징한다. 이들은 걷기, 똑바로 서기, 마주하기 등 스텝을 이용해 기본 동작으로 되돌아오는 것을 반복하고, 끊임없는 반복 속에 다시 급변하는 움직임을 보여준다. 이번 공연은 한국 초연이자 아시아 초연으로, 4월10일과 11일 이틀간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 진행된다. 만 19세 이상만 관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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