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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소시지와 외교의 공통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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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선 정치경제부 기자

김동선 정치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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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동선 기자]"소시지와 외교는 만드는 과정을 공개하지 않는다."

국제사회 외교가에서 관례나 관행처럼 굳어진 말이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소시지와 외교가 그 생리가 비슷하다는 것이다. 과거 소시지 공장은 굉장히 더러웠다고 한다. 완성된 결과물의 담백한 맛으로는 결코 상상하기 힘든 비위생적인 소시지 제조과정을 보면 입맛이 떨어질 게 뻔하니 차라리 안 보는 것이 낫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외교 과정도 이처럼 더럽다는 것일까. 꼭 그런 뜻만은 아니다. 복잡하게 얽힌 외교 관계를 푸는 것은 비밀스럽고 때로는 투명하지 않은 과정이 있을 수 있다. 한편으로는 외교 과정이 노출되는 것은 외교적 결례여서 주의해야 한다는 주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외교계에서는 그 과정 노출을 금기사항으로 꼽는다. 마치 '장작불과 연애는 건들지 마라. 장작불은 꺼지고 연애는 깨진다'는 우스갯소리와 비슷한 맥락이다.

이 말이 최근 회자된 것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회고록에서 남북ㆍ한중 정상회담 과정 등을 공개하면서다. 퇴임 2년도 안 된 시점에서 외교 비사를 드러낸 것은 외교 관례를 어긴 것이라는 비판이 많다.

어제(26일) 외교부 청사에서도 이 말이 흘러나왔다. 정부는 최근 북한을 제외한 6자회담 당사국들과 비핵화 대화 재개를 위한 준비 접촉을 했는데 이에 대해 기자들에게 심층 배경설명을 하는 자리에서다.
외교 당국자는 "우리 정부가 미국ㆍ중국ㆍ일본ㆍ러시아와 북핵 문제의 해법에 대해 최근 두 달에 걸쳐 진행된 대화에서 상당한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과거에 비해 진일보한 나름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고서도 언제, 무엇을, 어떻게에 해당하는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에둘러 표현했다.

속시원한 답을 듣지 못한 기자들이 답답해 하자 다른 정부 당국자가 '소시지와 외교' 발언으로 분위기 전환을 노린 것이다. 비핵화라는 중차대한 이슈인 만큼 국민의 알권리와 외교성과 도출 사이에서 외교부의 균형감각 잡기가 중요한 시점이다.




김동선 기자 matthew@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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