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 통화승수 하락세가 이어지는 등 유동성 공급 확대가 실물 부문으로 적절하게 흐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현대경제연구원은 경제주평 '통화승수 하락의 원인과 시사점'을 통해 국내 경제가 통화승수 하락에 따른 유동성 함정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연구원은 통화승수를 통해 시중유동성의 흐름과 통화승수 하락의 원인을 살펴보고 시사점을 도출했다.


통화승수는 본원통화 대비 통화량을 말한다. 본원통화는 현금통화와 예금은행 지급준비금, 통화량은 현금통화와 예금통화의 관계로 나눌 수 있다.

일반적으로 통화량으로 사용되는 M2의 예금통화는 요구불 예금, 수시입출식예금, 정기예적금, 시장형 금융상품, 실적배당형 금융상품, 기타 예금 및 금융채이다.


우리나라의 통화승수는 2008년 7월에 27.3배까지 상승했다. 이후 하락세를 보이며 2014년 11월에는 19.5배까지 떨어졌다.


통화승수 하락세는 현금통화가 증가하는 속도에 비해 파생통화인 예금통화 증가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리기 때문에 발생한다. 통화승수는 주요국들 역시 하락하는 추세다.


우리나라의 현금통화는 2007년 21조원에서 2014년 57조7000원으로 연평균 15.5% 증가했다.


하지만 예금통화는 동기간 1176조1000억원에서 1944조7000억원으로 연평균 7.3% 증가에 그쳤다. 예금통화 중 정기예적금은 비교적 빠른 속도로 증가한 반면 시장형 금융상품은 큰 폭으로 감소했다.


연구원 측은 통화승수 하락의 원인을 세부적으로 구분해 제시했다.


먼저, 은행의 건전성 강화를 위해 예대율 규제 정책을 도입하면서 통화승수도 하락했다. 시중은행의 예대율은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시점인 2008년6월 최고 수준인 127.1%에 달했다. 하지만 감독당국이 2009년 12월 예대율규제를 도입한 이후 2014년9월 97.3%까지 줄었다.


이로 인해 예대율 규제 도입 이전 높은 증가세를 보이던 은행대출이 규제 도입 이후 증가세가 둔화됐다.


둘째, 5만원권 발행이후 경제주체들의 현금보유성향이 높아지고 화폐 환수율이 크게 하락했다. 화폐의 환수율은 2007년 96.2%, 2008년 95.4%였으나 5만원권이 처음 발행된 2009년 이후 감소하기 시작했다. 2013년 73%, 2014년 64.7% 순으로 급감했다.


이는 고액권의 휴대가 간편해지며 경제주체들이 거래 및 예비적 동기로 현금 소지를 늘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경기 측면에서는 경기 부진으로 가계는 소비를 줄이고 기업은 투자를 축소함에 따라 통화승수가 하락했다.


가계의 평균소비성향은 2007년 76.6%에서 2010년 77.3%까지 증가했으나 2013년 73.4%, 2014년 72.9% 순으로 하락세를 나타냈다. 기업들의 설비투자 증가율도 추세적으로 하락하고 있으며 상장기업의 현금유보율은 빠르게 늘었다.


또 저물가, 저금리 현상이 장기화되며 화폐보유에 대한 기회비용이 하락했다. 저금리 장기화로 은행에 자금을 맡겨도 추가 수익을 얻기 어렵게 됐다는 뜻이다. 여기에 주식시장 부진으로 가계의 수익증권 투자가 크게 줄었으며, 부동산 시장 부진이 장기화 된것도 영향을 미쳤다.


연구원 측은 "최근 정책 당국은 실물경제에 지속적으로 유동성 공급을 하고 있지만 현재와 같이 통화승수가 하락세를 보이면 정책효과가 상쇄되고 중앙은행이 돈을 풀어도 경기가 살아나지 않는 '유동성 함정'에 빠지는 것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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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기업의 투자 확대, 가계의 소비여력 확충 등 유효수요 창출 대책을 마련해야 하며 경제주체들의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더욱 낮아지는 것을 방지하고 국내 통화정책의 효과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주식시장 역동성 제고, 부동산 시장 정상화 등 자산시장의 활성화를 통해 시중자금의 순환을 촉진해야 하며 금융기관들의 리스크 회피현상을 줄이고 과도한 여신규제 등을 완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황준호 기자 rephw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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