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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막말 판사' 사표…'사채왕' 사건과 왜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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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 막말댓글, 사생활 영역 벌어진 일" 판단…변호사 등록 거부될 가능성 있어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이번 사건이 발생된 영역은 익명성이 보장되는 사이버 공간이고, 자연인으로서 사생활의 영역에서 벌어진 일이다.”

대법원이 14일 ‘막말 댓글’ 논란을 일으킨 수원지법 이모 부장판사 사표 수리 배경으로 밝힌 내용이다. 대법원의 기본적인 인식은 이 판사의 행동은 법관의 고유 활동과는 무관한 ‘사생활의 영역’이라는 것이다.
대법원은 “댓글을 올릴 당시 법관의 신분을 표시하거나 이를 알 수 있는 어떠한 표시도 하지 않아 댓글을 읽는 사람이 댓글의 작성자가 법관임을 전혀 알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 판사는 23일자로 서울의 한 법원에 부장판사로 부임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그는 최근 불거진 댓글 파문과 관련해 13일 사표를 냈고, 16일 사표는 수리됐다. 적어도 이 판사에 대한 대법원의 처분은 정리된 셈이다.

대법원의 이번 결정을 놓고 제 식구 감싸기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사채왕’에게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았던 수원지법 최민호 판사 사건 처리와는 다른 대응 때문이다.
대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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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대법원은 지난 9일 ‘사채왕’으로부터 수억원의 돈을 받은 혐의를 받았던 최 판사에 대해 ‘정직 1년’이라는 역대 최고수위의 징계결정을 내린 바 있다.

최 판사도 사표를 낸 바 있다. 하지만 대법원은 수리하지 않았다. 대법원은 지난달 20일 “대책회의 결과 최 판사의 비위 행위가 매우 중하다고 판단해 사표를 수리하지 않고 형사 조치와는 별도로 징계 절차를 진행하기로 확정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대법원은 최 판사 사표를 수리할 경우 별도의 징계를 할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해 사표를 수리하지 않은 바 있다. 대법원 논리대로라면 이 판사는 이번 사표 수리로 징계 없이 사건을 마무리되는 셈이다.

그러나 대법원 판단은 논란의 불씨를 안고 있다. 이 판사는 2008년부터 네이버와 다음 등 주요 포털사이트에 수천건의 댓글을 단 것으로 알려졌다. 이 판사는 이러한 내용의 댓글을 단 것으로 알려졌다.

“빨갱이 한 놈 잡는데 위조 쯤 문제 되겠나.” “너도 ○○○처럼 뒤통수 호남 출신인가.” “촛불폭도들도 다 때려죽였어야 했는데….” “너네 부모 ○○○을 찍어서 두부로 만들어 버릴까.”

정상적인 인식을 지닌 사람이라고 보기 어려운 수준의 내용을 담고 있다. 문제의 본질은 이 판사가 정치적으로 편향된 인식을 익명의 댓글을 통해 드러냈다는 자체가 아니라 그러한 인식을 지닌 사람이 정상적인 판결을 했을지에 대한 의문이다.

이 판사가 자신의 편향된 인식을 판결에 반영했다면 이는 사법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으로 이어지는 중대한 사안이다. 이 판사는 영장전담 판사 역할도 했고, 이 과정에서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도 처리했다. 이 판사의 판단 결과를 놓고 댓글에 담긴 편향된 시각이 반영된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대한 판단이 편향된 인식 때문인지, 엄격한 법리적 판단에 따른 결과물인지는 단정하기 어렵다. 대법원이 “자연인으로서 사생활의 영역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서둘러 단정한 것은 사건을 덮으려 했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는 대목이다.

대법원의 징계 절차가 이어졌다면 댓글을 단 행위는 물론 주요 재판의 판단을 둘러싼 적절성 문제까지 점검할 수 있었다. 하지만 대법원이 사표를 수리하면서 그러한 기회는 사라지게 됐다.

다만 이 판사의 행위는 대법원 징계절차와 무관하게 법적 책임 문제로 번질 가능성이 있고, 변호사 개업에도 지장을 줄 가능성은 남아 있다.

서울의 한 판사는 “대법원이 사표를 수리한 것은 사표수리가 제한되는 직무상 비위라고 보기 어려운 개인적 비위 측면이 강한 점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변호사법 제8조에 의하면 재직 중 위법행위로 인해 징계처분을 받은 사람과 재직 중 위법행위 관련 퇴직한자 모두를 동일하게 등록거부 사유로 규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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