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군 고립시키는 성군기 대책안
[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육군사관학교는 박종선 예비역 중장이 교장이었던 2011년에 여군중대를 별도로 만들었다. 이른바 '8중대'다. 8중대는 남생도와 별도로 생활관을 만들어 사용했고 여생도들을 위한 여자훈육관도 배치됐다. 하지만 육사출신 현역장교와 육사 생도들의 반발은 심했다. 이들은 "육사를 졸업하면 어차피 남군과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데 규율이 엄격한 학교에서 남군과 어울리는 법을 먼저 배워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결국 8중대는 해체됐다.
지난 27일 부하 여군을 관사에서 수차례 성폭행한 혐의로 현역 대령이 긴급체포된 뒤, 김요환 육군참모총장이 직접 주재한 회의에서 '성군기 개선을 위한 행동수칙' 개정 방안이 나왔다. 개정안에 따르면 남군과 여군은 신체접촉이 부득이한 경우 한 손 악수만 해야 한다. 또 지휘관계에 있는 이성 상하간에는 교제할 수 없고, 남군과 여군은 단둘이서 차량으로 이동해서는 안된다. 일종의 여군 고립정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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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경우 여군은 지휘관이 격려차 악수를 청해도 거부할 수 있다. 여군은 상급부대의 남군이나 계급이 높은 남군과 교제해서는 안된다. 남군과 여군은 작전을 위해 지휘차량에 함께 탑승해야 하지만 둘 중에 하나는 걷거나 작전에서 배제시켜야 한다.
바꾸겠다고 내놓은 규정들이 하나같이 비현실적이고, 탁상공론식이다. 야전부대의 한 장군은 "여군을 전우로 생각하라는 건지, 별동대로 치부하라는 건지 모르겠다"고 성토했다. 군은 여군 1만명시대를 앞두고 있다. 늘어나는 여군을 남군에게서 고립시키기보다 성군기사고에 대한 일벌백계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우선이다. 최근 5년간 발생한 여군대상 성범죄는 83건에 달하지만 실형은 단 3건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처벌규정 강화가 더 현실성 있어 보인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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