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산업 부문 글로벌 경쟁력 강화
[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지난해 말 삼성과의 빅딜을 성사시키며 화려한 경영복귀를 신고했던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다음 먹잇감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올해 정책금융공사를 합병해 통합 출범한 산업은행도 계열사 및 관계사들의 지분을 대거 매각한다는 방침이어서 기존 정금공이 지분을 보유했던 KAI도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그동안 KAI 인수에 관심을 보였던 대한항공과 현대중공업이 각각 오너 리스크와 기록적인 영업적자로 위기를 맞고 있어 한화가 가장 유력한 인수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그룹은 최근 삼성과의 빅딜로 인수한 삼성테크윈과 삼성탈레스의 시너지 효과를 통해 방위산업에서 '록히드마틴과 같은 세계 1위 회사와 경쟁하는 회사가 될 것'이라는 목표를 세웠다.
한화 관계자는 "산업은행 통합 출범으로 매물로 나올 것으로 보이는 KAI에 관심이 없다면 거짓말"이라며 "방산사업 시너지 확대 차원에서 KAI 인수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내부에 존재한다"고 말했다.
2013년 매출 기준으로 한화는 5조8306억 원(방산부문 1조184억 원), 삼성테크윈은 2조6298억 원(방산 9635억 원), 방산만 하는 삼성탈레스는 6176억 원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한화그룹은 삼성테크윈과 삼성탈레스 인수를 통해 방위사업 부문 매출이 1조 원 규모에서 약 2조6000억 원으로 증가해 국내 방위사업 분야 1위로 도약하게 된다. 여기에 방산 매출 1조3000억원대로 추정되는 업계 2위 KAI를 인수할 경우 한화그룹의 방위사업 매출이 약 5조원에 이르러 2위와의 차이가 4배 이상 벌어진다. LIG넥스원의 매출은 1조2000억원대, 두산DST는 9000억원대로 추정되고 있다.
다만 문제는 가격이다. 지난해 중순 2만원대까지 떨어졌던 KAI 주가가 최근 4만원대까지 올라 현재 삼성 계열사 인수를 위해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한화가 무리한 배팅을 시도할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시장 전문가들은 한화 측이 KAI 인수를 시도하더라도 경영권에 필요한 최소한의 지분만을 매입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책금융공사 지분(26.41%)을 고려하면 산술적으로 20% 정도만 사들여도 안정적인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다. KAI의 20% 지분 가격만 해도 현재 시가 기준으로 8500억 원에 이른다.
또 프라이빗딜로 진행되길 원하는 한화 측과 달리 산업은행은 공개입찰 방식으로 딜을 진행하길 원한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산업은행 측은 유효 경쟁이 성립되려면 적어도 두 곳 이상이 인수에 관심을 보여야 하는데 현재로써는 유력 후보가 한화 외에는 없기 때문에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잠재후보군인 대한항공, 현대중공업 상황이 여의치 않아서 매각 개시해도 실패할 가능성이 크지 않겠냐"면서 "향후 잠재후보군 경영상황이나 시장상황이 좋아지면 매각 개시에 들어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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