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시개비' 전시장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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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수묵에 목탄, 파스텔, 아크릴 등 다채로운 재료를 섞어 자신만의 산수화를 표현하는 박병춘 작가, 고전 명화를 디지털 영상에 담아 새로운 스토리텔링으로 전개하는 이이남 작가. '융합'과 '확장'을 공통점으로 지닌 이들의 2인전이 열리고 있다. 회화와 미디어란 서로 다른 미술장르를 한곳에 모은 점에서도 색다른 감흥을 느낄 수 있는 장이다.


서울 영등포구 대림2동 갤러리AG에서 올해 첫 기획전으로 선을 보이고 있는 '개시개비'(皆是皆非)라는 제목의 전시다. '개시개비'는 신라시대의 고승(高僧) 원효대사(元曉大師·617∼686년)가 주창한 화엄사상의 핵심 키워드다. '어떤 입장도 전적으로 옳거나 전적으로 그른 것은 아니며 각각의 주장이 부분적 진리성을 가지고 있다'는 속뜻을 지녔다. 김윤섭 미술평론가는 "전 사회적으로 불신이 만연해 있고 남보다 나를 우선하는 이기와 독단이 앞선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이때 원효의 '개시개비'는 분열된 우리에게 필요한 지혜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번 전시는 서로 다른 상반되거나 상충되는 개념을 한 작품에서 창의적으로 조화시켜 새로운 작품을 만들고 있는 작가들의 공통점에 주목하고 있다. 가까운 일상에서부터 서로 다름이 존중될 때, 제각각의 객체가 만나 이상적이고 발전적인 에너지를 발산할 수 있다는 메시지도 포함돼 있다"라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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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작가는 지난 30여년간 '한국화의 재해석'을 끊임없이 전개해 온 화가다. 이 장르에서는 대표적인 이단아로 통하기도 한다. 주로 농묵의 갈필(渴筆)로 과감하게 윤곽선을 잡은 후 여러 단계의 채색과정을 거쳐 완성하는 작업방식은 서로 자연스럽게 만날 수 없었던 기법이나 재료의 혼용으로 이뤄진다. 수묵이 기본을 이루되, 가미되는 재료는 목탄·콘테·파스텔·아크릴물감·혼합재료 등 특별히 얽매이지 않는다. 마치 무의식 세계에서 본능적으로 만난 내면의 풍경을 그린 듯한 그의 작품은 사실 철저히 사생을 통해 태어난 것들이다. 한국은 물론 인도, 유럽, 미주 등을 여행하면서 화첩에 담아온 특징적인 풍경을 작업실에서 재현과 재구성으로 편집했다. 과감하고 거침없는 필법은 굉장한 속도감과 만나 화면에 특유한 생동감을 자아낸다. 이번 전시에도 현장 사생으로 완성한 사이즈가 작은 작품부터 6m가 넘는 대형작품, 스케치북과 영상물에 이르기까지 10여점이 출품된다.


박 작가의 작품 옆엔 이 작가의 미디어 작품이 설치돼 있다. 중국 명대의 화가 왕시창의 산수도와 신인상주의를 대표하는 프랑스 화가 쇠라의 풍경화 등을 새롭게 해석한 영상회화 대표작품들이 나왔다. 3차원 시공간에서 움직이는 인물들과 음향효과는 가상현실처럼 느껴지게 한다. 이처럼 이 작가는 우리의 일상에서 익숙한 텔레비전 모니터에 동서양 명화들을 소재로 디지털 애니메이션 기법을 통해 작품화한다. 이를 통해 고전과 현대, 동양과 서양, 차용과 복제, 회화와 영상 등 다양한 차원의 개념을 하나의 작품 속에서 녹여낸다. 최근 들어 부쩍 바빠진 이 작가는 현재 국내 뿐 아니라 독일 베를린에서도 개인전을 갖고 있다. 또한 올해 베니스비엔날레 특별전도 참가할 예정이다. 이 작가는 “디지털 기술은 아날로그 방식으로 표현하지 못하는 것을 가능하게 하는 ‘무한한 확장’의 긍정적 가능성을 갖고 있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이상적인 하모니가 이뤄진 작품세계를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2월25일까지. (02)3289-4399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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