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정책설명회 돼 버린 최경환의 '캠퍼스톡'
[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연초부터 대학 캠퍼스로 달려갔다. 최경환노믹스를 비판하는 대자보가 대학가에 확산되자, 8일 충남대 학생 12명과 만나 청년층의 어려움을 직접 듣는 시간을 마련한 것이다. 이른 바 '캠퍼스 톡'이다.
도서관 1층 카페에 앉아 햄버거를 든 최 부총리는 "뿔 달린 사람인 줄 알았는데 (대화해보니) 아니지 않느냐"며 환하게 웃었다. 학생들과의 소통에 신경 쓰는 모습이 역력했다.
날 선 공방은 없었다. 총 90분 가운데 60분 이상이 최 부총리의 발언에 할애됐다. 12명의 학생들은 분야별로 준비해온 질문 하나씩을 던졌을 뿐이다. 답변 역시 원론수준에 그쳤다.
최 부총리는 노동시장 유연성 확보, 규제개혁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젊은 세대에게 물려주고 싶은 이야기'로는 4대 구조개혁 방침을 밝혔고, 떨어진 유가로 소비심리를 올릴 대책으로는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발표된 국책연구기관의 보고서 내용을 설명했다. 마치 기획재정부 기자실에서 진행됐던 브리핑 시간을 연상케 했다. 대학생들의 고충을 직접 듣겠다는 '캠퍼스 톡'이 '캠퍼스 정책설명회'가 된 셈이다.
오히려 중규직 신설, 의료민영화 등에 대해서는 최 부총리의 해명과 열변이 이어졌다. 그는 규제완화 필요성을 설명하며 "이념적으로 자꾸 접근한다. 외국환자 유치하는 게 왜 의료영리화, 의료민영화냐"고 언성을 높였고 "내가 대학생이라면 서비스규제 왜 완화 안하냐 우리도 진입해서 일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하겠다"고도 했다.
최 부총리가 자진해서 대학생들과 소통의 자리를 만드는 것은 권장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이날 캠퍼스 톡에 참가한 한 학생은 "자진해서 나온 것은 아니고 학교측에서 나가라고 했다"고 전했다. 카페에서 만난 한 학생은 "최 부총리의 방문을 전혀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좁은 공간에 소음까지 겹친 카페는 토론장소로 적합하지 못했다. 오가는 대학생들이 함께 할 공간도 부족했다. 대자보를 붙였던 학생들은 '캠퍼스 톡'이 열린 다음날인 9일 오전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정책을 거듭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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