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21세기인 지금은 상상하기 어렵겠지만 15세기 잉글랜드와 아프리카 콩고의 경제상황은 지금과 정반대였다. 잉글랜드가 중세시대까지 경제적으로 유럽의 변방에 불과했다면 콩고는 아프리카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국가 중 하나였고 교역도 활발한 왕국이었다.
두 나라를 굳이 비교 대상으로 삼은 것은 외부문물을 받아들이는데 적극적이었다는 공통점에도 불구하고 운명이 뒤바뀐 아이러니 때문이다.
18세기 잉글랜드에서는 해외교역이 활발했다. 신대륙과의 빈번한 거래 속에서 수입품이 다량 유입됐다. 비슷한 시기 산업혁명이 일어나면서 증기기관, 방적기 같은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아이디어 상품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콩고왕국도 16세기 외부 문물을 받아들이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총기 등 무기와 쟁기 능 농기구 등이 이 때 콩고로 유입됐다. 하지만 콩고에서는 문물 유입이 국부(國富)로 연결되지 못하면서 실패로 끝났다.
대런 애쓰모글루 미국 MIT 경제학 교수는 자신의 저서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에서 양국의 운명을 결정적으로 가른 것은 '인센티브'라고 분석했다. 경제주체 개개인의 욕구를 얼마나 충족시키냐가 경제 격차를 벌렸다는 얘기다.
잉글랜드는 1688년 명예혁명 이후 의회가 강화됐는데, 제도적으로 사유재산권을 보장하고 독점을 없앴다. 이 같은 '당근책'이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었고 산업혁명의 계기가 됐다. 반면 콩고왕국은 쟁기 도입으로 농업 생산성이 높아졌지만 분배시스템은 작동하지 않았다. 오직 상위 1%도 안 되는 왕실에만 이익이 돌아오게 만들자 굳이 생산성을 높일 필요가 없어졌다.
여기서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바로 정치다. 정치적으로 어떤 인센티브와 제도를 제공하냐에 따라 국가의 운명이 바뀐 것인데, 잉글랜드와 콩고왕국의 사례가 여실히 증명했다.
시선을 국내로 돌려보자. 한국 정치는 과연 경제주체 개개인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는가.
당장 올해부터 세금이 오른다. 담뱃값을 비롯해 소득세율도 상향조정됐다. 자동차세 같은 지방세도 줄줄이 인상될 조짐이다. 연말정산도 세액공제로 바뀌면서 근로소득자가 받는 환급액도 크게 줄어들게 된다. 연말정산이 연말폭탄이 될 것이라는 자조섞인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그러다보니 1990년대보다 소득총액은 늘었지만 가처분 소득은 오히려 줄었다는 분석 결과가 심심찮게 들린다. '소득이 올라도 세금으로 떼어가는 바람에 실제 살림살이는 별반 다를 게 없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고용의 질은 어떤가. 정규직의 과도한 혜택을 줄이고 비정규직의 고용안정성을 높이겠다는 대책은 오히려 비정규직만 양산할 것이라는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 일자리의 질보다 양을 늘리겠다는 의도인데, 고용불안으로 결국 소비심리를 위축시킬 가능성이 크다.
보상이 없다면 동기부여는 결국 사라지게 된다. 사회전반적으로 무기력이 확산되는 건 당연하다.
올해도 경제가 어렵다는 전망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정치권은 경제활성화 법안에만 매달리고 있다. 법안만 바라보다 사기진작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을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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