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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땅콩신드롬'에서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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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땅콩 리턴'의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개별사건을 넘어 정치, 경제, 경영, 사회 전반에 '땅콩 신드롬'으로 확산되고 있다. 땅콩의 위세를 구글에서 파악해 보니 가히 신드롬 수준이다.

17일 새벽 0시 기준 구글의 '조현아' 검색 결과는 약 1760만개였다. 그의 부친(조양호 회장ㆍ400만개)보다 4배 이상 많다. 라면상무(160만개), 빵회장(109만개)은 새발의 피다. 같은 시기 화제가 된 정윤회(138만개),박지만(607만개)도 압도한다. 땅콩 회항(107만개), 땅콩 리턴(98만8000개), 땅콩 후진(69만6000개)도 적지 않고 가장 최근의 신조어인 땅콩 갑질도 73만5000개나 됐다. 해외서도 조롱거리다. 'nut rage(땅콩 분노)'의 검색 결과는 2800만개가 넘는다.
그러면서 땅콩 신드롬에 대해 생각해봤다. 기업 쪽에서 보면 우선 '오너리스크'의 진화다. 오너리스크는 그간 경영권과 재산분쟁, 물리적 충돌, 각종 사건사고와 불법, 부정, 비리 등의 유형에서 드러났다. 이번에는 장소와 인물, 사건의 발단과 전개과정 모두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오너리스크가 대기업의 상시적 대내외 위험요인이 됐다. 관리가 시급한데 이도 결국 오너 몫이다. 위기관리와 위기대응의 부재, 막무가내ㆍ무대포식 '오너구하기'의 폐해도 나타나고 있다.

다음은 오너가 아니면 결국 모두가 머슴이라는 '머슴론'의 씁쓸한 재발견이다. 과거 정태수 한보그룹 회장은 전문경영인을 머슴에 비유해 "머슴이 알면 뭘 아는가, 주인인 내가 잘 알지"라며 머슴론의 개념적 토대를 세웠다. 땅콩 갑질의 근저에도 '머슴론' '주인론'이 깔려 있다. 황제학(學)이 가고 오너학(學)이 제대로 나와야 한다. 경제 쪽에서 보면 오너리스크의 계량화다.

이번 사건으로 대한항공이 유ㆍ무형으로 입은 피해는 천문학적 수준이다. 매년 수백 억을 들인 광고가 국내외 호평을 받아 힘겹게 쌓은 이미지와 신뢰도가 한순간 나락으로 떨어졌다.
정치 쪽에서 보면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의 부활 가능성이다. 경제민주화는 집권여당이 지난 총선과 대선 때 재미를 본 이후 사실상 모든 정책의 후순위로 밀려왔다가 야당이 이번 사건을 경제민주화 후퇴의 부작용이라며 다시 날을 세우고 있다. 재벌이 자초한 일이지만 건전한 논의보다는 여론재판, 마녀사냥이 우려된다. 사건과 무관한 경복궁호텔사업 좌초 얘기도 나오고 대한항공의 '대한'을 떼야 한다는 주장마저 나오고 있다.

사회적으로는 노사관계, 상사와 부하의 관계, 종업원의 인격문제, 감정노동자 보호 등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고 있다. 정부가 비정규직을 살린다고 정규직 과보호 카드를 들고 나왔지만 이번 땅콩 사건은 최고 기업의 정규직도 사주, 사측 앞에선 한없이 가녀린 존재임이 재확인됐다. 더불어 대한항공은 말이 아닌 뼛속까지 바뀌는 환골탈태로 거듭나길 바란다.





세종=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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