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0월 말 현재 1300억원을 조금 넘었던 소장펀드 총 설정액이 최근 한 달 동안 220억원 정도 늘어나 1600억원에 육박하고 있다. 채권 관련 상품 투자비중이 높아 기준금리 인하 시기에 수익률도 기대 이상이라는 평가다.
연 급여소득 5000만원 이하의 근로자가 연간 600만원 한도 내에서 납입할 수 있으며 납입액의 40%까지 소득공제 혜택이 주어진다. 연간 최대인 600만원을 납입했을 경우 240만원을 소득공제 받아 연말정산 시 39만6000원을 환급받을 수 있다. 분기 또는 월별 납입한도가 없어 한 번에 600만원을 넣어도 소득공제 혜택이 주어진다. 가입 후 소득이 8000만원으로 늘어나도 세제혜택은 유지된다.
문제는 실제적으로 가입 대상이 너무 한정되어 있어 태생적으로 자투리펀드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데 있다. 연 급여 5000만원 직장인이 금융투자상품에 가입할 여력이 되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해당 직장인 월급에서 국민연금, 건강보험, 소득세 등을 제외한 실급여는 360만원 정도다. 주택임대 관련 비용이 늘어나고 고물가에 생활비 부담이 점증하는 상태에서 실제 투자 여력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지난 3월부터 소장펀드가 팔리기 시작했지만 목표 설정액 4조원이 언강생심인 이유다.
정부와 여당도 이러한 상황에 공감하고 가입 기준 소득을 5000만원에서 8000만원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에 사실상 합의한 상황이다. 문제는 야당이 "부자 감세에 다름 아니다"는 입장으로 국회에서의 논의를 위축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야당이 주장하는 부자의 기준에 대해서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최근 통계청에 따르면 고소득자의 기준으로 여겨지는 소득 상위 20%의 평균 연봉은 1억825만원에 달했다. 소장펀드 가입 기준 소득 2배를 넘는다. 그런데 도시근로자 연 평균 소득도 5500만원을 넘었다. 평범한 도시 직장인조차 소장펀드를 가입할 수 없다는 계산이 나온다. "부자들만 배부르게 하는 입법"이라고 말하기 전에 현실을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모 자산운용사 고위관계자는 "일본이 올해 상반기 가입대상자 제한을 두지 않는 소액투자자 비과세제도를 도입한 이후 펀드 및 주식시장 자금유입이 크게 증가한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부자라는 용어에 얽매이지 말고 경제의 버팀목이 되는 중산층을 살리는 측면에서 접근해 생산적인 논의가 이뤄졌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조태진 기자 tj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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