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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년회 실종된 재계…2015 위기탈출 해법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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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 동결에 성과급까지 줄어 우울한 2014년 연말

[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 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 감독의 영화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의 한 장면. 남편의 장례식을 치른 독일인 여성 에미는 우연히 비를 피하러 들어간 카페에서 만난 10살 연하의 젊은 아랍인 남자 알리를 만나게 된다. 서로에게 이끌려 그날 밤을 함께 보낸 두 사람, 알리가 에미에게 말한다.

"아랍인은 외롭다, 일과 술밖에 모르니까..."
에미가 삶에 대한 불안을 갖지 말라고 조언한다. 알리가 에미에게 아랍에서 옛부터 전해진 속담 한구절을 말한다.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Fear eats the soul)"

2014년이 단 하루를 남겨 놓고 저물어 가고 있다. 유난히 사건사고가 많았던 올해. 그러나 재계는 내년이 더 걱정이다. 아랍인은 2014년 연말 한국 직장인의 자화상이다. 대한민국 직장인들은 어느때보다 우울한 연말을 보내고 있다,
올해는 지난해와 달리 성과급 잔치가 없다. 임금 역시 상당수 기업에서 동결됐다. 회식도 뜸해졌고 종무식도 아예 자취를 감췄다. 대신 내년 경기가 불투명함에 따라 사무실에는 긴장감이 돌고 있다. 급증한 전세가 등으로 가계부채만 눈덩이처럼 늘었다. 직장인에게 올해 연말이 유독 우울한 이유다.

연말을 맞아 한해를 추억하며 떠들썩하게 보내던 송년회는 옛말이다. 희망의 새해를 위한 발걸음을 딛으며 각오를 다지는 신년회도 조촐하게 치르고 있다. 휴가는 가지만 반갑지 않다. 두툼한 성과급 대신 비용을 줄이기 위해 휴가를 독려하는 회사를 바라보며 무거운 발걸음을 떼어 놓는 것이 재계의 연말 풍경이다.

이건희 회장이 병환 중인 삼성그룹은 어느때 보다 조용한 연말연시를 보내고 있다. 그룹 차원의 신년 행사도 올해는 진행하지 않는다. 실적까지 급감하며 성과급도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 위기돌파를 위해 사장단들은 합숙해 머리를 맞대고 임원들은 겨울 휴가 대신 주말 출근까지 나서고 있다.

총수가 수감되거나 재판중인 기업은 더 혹독한 연말을 보내고 있다. 내년 경영계획을 마련해야 하지만 총수 부재로 아직까지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 한 기업 관계자는 "내년에도 총수 부재로 새해를 맞이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올해 실적이 최악이었는데 내년에도 총수부재가 이어진다면 더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30대 그룹 가운데 총수가 수감되거나 재판중인 기업은 12명에 달한다.

종무식과 시무식도 간단한 다과회로 마무리 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2008년까지만 해도 새해를 맞아 전 직원들이 남산에 함께 올라 해돋이를 보는 이색행사도 진행했지만 옛말이 된지 오래다.

우울한 2014년이지만 재계는 마지막 남은 하루까지 희망의 씨앗을 뿌려 2015년에 거두겠다며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실적이 부진했던 기업은 새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임직원들은 얇아진 월급봉투를 두툼하게 불리기 위해 다시 한번 각오를 다지고 있다. 한껏 몸을 웅크리고 있지만 비상할 날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인도 영화 감독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 마지막 작품 '희생'의 첫 장면. 주인공 알렉산더는 원인불명으로 말문을 닫아버린 막내아들과 함께 죽은 묘목 한 그루를 바닷가에 심고 아들에게 죽은 나무에 3년 동안 물을 주어 그 나무에서 꽃을 피게 만들었던 한 수도승의 일화를 들려준다.

2014년 불황의 그림자가 재계에 불안을 가져왔지만 우리 기업들은 투자를 멈추지 않았고 신입사원 채용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2015년을 준비해왔다. 영화 희생에서 주인공의 막내아들이 정성을 다해 죽은 묘목에 물을 주며 마침내 나무를 살려냈듯이 직장인들 역시 준비와 믿음으로 2015년을준비하고 있다.



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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