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여기에도 애매한 중간 영역이 있다. 많은 기업이나 관청의 홍보실은 평소에 기자와 인간관계를 꾸준히 맺으면서, 비상시에 그 네트워크를 활용하려 한다. 평소에 밥먹고 술먹으며 쓴 홍보 비용이 '금품'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으나, 기자들은 취재원과 친밀하면 좋은 기사를 얻어낼 수도 있고 사건 흐름의 구체적인 감을 잡는데도 유리하다는 점을 들어 이같은 '친교'를 기자의 업무 영역에 포함시키는 편이다. 홍보실로서도 언론과의 유대를 갖는 것이, 기사를 왜곡시키려는 목적이 아니라 정확한 내용을 좀더 긴밀히 전달할 수 있는 채널을 확보함으로써 기사가 잘못 나가는 것을 막고 알릴만한 사실을 뉴스화할 수 있도록 하는 조정 역할이 중심이라고 주장한다.
여기에 신문사의 기업 이익이 결합되면 더 복잡해진다. 신문사의 이벤트나 광고 수입을 위해 기사가 '거래'되기도 하고, 처음부터 그런 수익을 노려 기사를 쓰기도 한다. 언론사와 기업 홍보실이 기사와 '돈' 사이에서 서로 힘을 과시하며 물밑 전투를 벌이는 경우도 있다. 신문사의 기업 이익이 특정 기사와 직접 거래되는 것이 아니라 하더라도 보험처럼 차후에 효력을 발휘한다. 기자들을 동행하는 프로젝트들은 기업이 언론을 접대하는 오래된 방식이기도 하다. 기자들의 단체에도 후원이 들어온다. 이것은 기사화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어 보이지만, 향후 어떤 기사에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
언론과 취재원이 결탁하여 공생하는 이 환경은, 언론이 다루는 기사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려왔지만 언론이 이런 관행에서 자유롭기는 현재로선 거의 불가능하다. 기업이나 관청에 만들어져 있는 기자단 시스템은 언론취재와 홍보 사이에 존재하는 '기묘한 중간세계'를 담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좀 더 자유롭게 취재할 수 있도록 장을 만들어주는 취지를 양쪽 다 외치고 있지만, 사실은 양쪽 다 특권의식과 사심(私心)을 감추고 있다. 물론 취재원의 홍보 행위가 언론 행위에 반드시 장애가 되는 것은 아니다. 홍보의 순기능 또한 상당 부분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취재원을 적대시하는 것이 언론의 정도(正道)일 수는 없다.다만 이런 공생시스템이 신문의 콘텐츠를 변질시키는 핵심이라면, 언론시장 전체가 위기에 봉착한 지금 시점에서 전반적인 재검토가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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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국 편집에디터, 스토리연구소장 isomis@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