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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장군과 황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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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한나라 문제는 흉노의 공격을 막기 위해 3명의 장군에게 수도로 통하는 중요한 길목을 지키라고 명령했다. 방어태세가 궁금했던 문제는 직접 병영을 순시하기로 했다. 첫 번째와 두 번째 군영은 황제의 깃발만 보여도 장군이 앞장서 달려와 엎드려 황제를 맞았다. 하지만 마지막 '주아부'란 장군의 병영은 달랐다.

황제가 도착했는데도 문을 열어주기는커녕 전투태세를 유지했다. 근위대장이 "황제께서 도착하시니 문을 열라"고 재촉했지만 수문장은 "군중에서는 장군의 명을 따르지 황제의 어명은 받지 않는다"며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황제가 전령을 통해 장병들을 위로하러 왔다고 전하자 그제서야 주아부는 명령을 내려 황제 일행을 병영에 들게 했다.
엄정한 군기에 한 문제는 "다른 주둔지 장군들은 애들 병정놀이나 다름없어 흉노가 쳐들어 오면 단박에 뚫리겠지만 주아부의 군대는 철통 같아서 감히 건들기나 하겠냐"고 칭찬했다. 이처럼 철저한 원칙주의자였던 주아부는 이후 한나라 초기 가장 큰 전란이었던 '오초칠국의 난'을 평정하고 재상까지 지낸다.

하지만 그의 이런 강직함이 결국 그의 발목을 잡고 만다. '군중에서는 장군의 명을 따르지 황제의 어명은 받지 않는다'는 선언은 제왕이 듣기에는 무척 거북하고 두려운 소리이기 때문이다.

한 문제의 아들인 경제는 주아부가 원칙을 지키느라 본인의 심기를 건드리자 주아부의 아들이 아버지 장례 부장품으로 구입한 갑옷과 방패를 빌미로 반란죄로 엮는다. 이 세상에서는 반란을 일으키지 않겠지만 저 세상에서는 일으킬 수도 있지 않느냐는 황당한 논리였다. 주아부는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닷새 동안 단식을 하다 피를 토하고 죽는다.
'땅콩 리턴' 사건의 파문이 '일파만파' 커지면서 당시 비행기의 책임자였던 기장의 책임논란에 대해서도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원칙상으론 회사 임원도 기내에선 승객일 뿐이고, 운항 책임은 기장이 져야 한다. 그 임원이 설사 오너 자녀가 아니라 오너 자신이어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런 원칙을 고수할 수 있는 샐러리맨이 얼마나 될까. 기장의 책임논란과 관련, 국토부는 "기장이 승무원을 통솔해야 하는 의무를 소홀히 했다"면서도 "조 전 부사장의 탑승 사실을 알았기 때문에 묵시적으로 위력에 의해 램프리턴했다고 볼 수밖에 없어 처분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정부조차 원칙보다는 현실적 힘의 논리를 인정하는 걸 당연시 여기는 사회인데….
전필수 아시아경제TV 차장 phil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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