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열경쟁' 억제한다고 가나다군 나눠…유치원별 격차나 학부모 선호도 무시한 '미봉책'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3일 각 교육지원청 및 시내 유치원에 '2015학년도 모집에서 중복 지원이나 중복 등록한 유아는 모든 유치원에서 합격이 취소된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이에 앞서 유치원들을 '군'별로 나눠 사립유치원은 가군(4일)·나군(5일)·다군(10일), 공립유치원은 가군(10일)과 나군(12일)에 배치해 추첨일당 한 곳씩 총 4회만 지원할 수 있게 했다. 지난해까지는 지원에 제한이 없어 해마다 추첨일이 되면 온 가족과 친척까지 동원돼 여기저기 흩어져 추첨에 참여하는 등 유치원 입시가 과열된다는 지적이 있어왔기 때문이다.
이같이 학부모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지만 서울시교육청은 향후 문제를 개선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4일 출입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미 원아 모집이 시작된 만큼 올해는 중복지원을 적발해 합격을 취소시킨다는 원칙을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졸속으로 일을 추진해 혼란을 일으켜놓고도 근본 원인을 짚지 못하니 마땅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는 실정이다.
해마다 나타나는 유치원 입학 대란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미봉책'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유치원들 간의 큰 격차 문제를 제대로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해마다 '입학 전쟁'이 되풀이되는 것은 수업료 일체가 무료이고 교육의 질도 안정적인 공립유치원과 학부모 만족도가 비교적 높은 일부 사립유치원에 신청자가 몰리기 때문이다. 학부모들은 원하는 유치원들에 무조건 다지원을 해보는 수밖에 없어, 특정 유치원들에 경쟁자가 몰리는 것이다. 결국 일부 학부모는 두세 군데 중복 합격하고 어떤 학부모는 하나도 뽑히지 않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중복 합격한 학부모들이 등록하지 않은 유치원에 대한 '눈치작전'이 이어지는 등 입학 직전까지 혼란이 계속돼왔다.
이윤주 기자 sayyunj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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