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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관치(新 官治)'로 얼룩진 올해 금융권 '총체적 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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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풍 시달리기 쉬운 만만한 지배구조 한 몫…"금융당국이 왜 모범 안 보이나"

[아시아경제 이장현 기자] 올해 주요 인사를 마무리해 가는 금융권이 '서금회'(서강대 출신 금융인 모임)와 '정피아'(정치인+마피아) 논란 등으로 뒤숭숭한 분위기다. 금융과는 거리가 멀었던 사람들이 뜬금없이 금융사 요직으로 내려오고 민간의 탈을 쓴 '신(新)관치'까지 등장하는 형국이다. 저금리 장기화 속 해외 금융산업은 생존을 위해 다투는데 국내 금융산업은 낙하산 관치와 싸우느라 내상만 입고 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낙하산 인사가 가장 만만하게 바라본 곳은 금융사 감사 자리다. 감사는 경영을 감시하고 비리를 적발해야하는 중요한 자리지만 올해 금융사 감사는 지난 대선 때 박근혜 후보를 도왔던 대선캠프 인사들이 속속 꿰찼다.
문제풍 예금보험공사 감사

문제풍 예금보험공사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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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송학 캠코 감사

정송학 캠코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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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캠프의 국민행복추진위원회 위원이던 공명재씨는 수출입은행 감사로, 부산 연제구청장을 거쳐 새누리당 국회의원이 됐던 박대해씨는 기술보증기금 감사가 됐다. 민간기업인으로 한나라당에 입당해 정치인으로 탈바꿈한 정송학씨는 2012년 총선에서 떨어지자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감사로 다시 한 번 옷을 갈아입었다. 낙선한 정수경씨도 우리은행 감사가 됐다. 이 밖에 새누리당 충남도당 서산ㆍ태안 선거대책위원장을 지낸 문제풍씨가 예금보험공사 감사로, 새누리당 경남도당 홍보위원장이던 박판도씨가 경남은행 감사로 자리를 옮겼다. 이들 모두 금융권과 거리가 먼 인생을 살아왔다는 공통점이 있다.

금융권에서 이런 낙하산 논란이 일자 민간출신 후보를 밀어주는 변종 관치도 등장했다. 이들은 정치인도 관료 출신도 아니지만 '신관치'라는 오명을 입었다. 금융권 최대 이익단체이자 금융당국과의 가교역할을 하는 은행연합회 회장 선출에선 이사회 논의도 하기 전에 하영구 전 한국씨티은행장이 내정됐다는 말이 돌았다. 금융권에서는 "금융당국이 하영구 전 행장을 KB금융 회장으로 밀어붙였는데 좌절되자 자리를 마련해준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번졌다.

하영구 신임 은행연합회장

하영구 신임 은행연합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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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하영구 전 행장에 대한 금융권의 평가는 나쁘지 않다. 14년간 은행장을 맡아 무난한 경영능력을 보여줬고 2008년 금융위기 때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에 연결 고리 역할을 하며 글로벌 역량도 보여줬다. 씨티은행의 대규모 구조조정에도 노사관계를 비교적 잘 조율했다는 평가도 받는다. 그러나 금융당국을 등에 업고 하 전 행장이 손쉽게 은행연합회장을 꿰차면서 그의 공로도 빛이 바랬다.
아직 인선이 마무리되지 않은 우리은행은 사조직 개입 논란으로 시끄럽다. 행장후보추천위원회(행추위)가 열리기 2주 전부터 정부 고위당국자가 이광구 부행장을 밀고 있다는 소문이 돌더니 재신임이 유력해보이던 이순우 현 행장은 지난 1일 돌연 연임을 포기했다. 이 부행장을 밀고 있는 곳은 서강대 출신의 금융인들이 모인 '서금회'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금융권이 이렇게 낙하산 관치인사에 취약한 데는 지배구조를 원인으로 지목하는 목소리가 높다. 금융공기관의 경우 정부 입맛에 맞는 인사를 밀어내기 쉽고 경영권이 쪼개진 민간 금융사 역시 외압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이 KB사태를 계기로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을 만들어 체질 개선에 나섰지만 공염불에 그치고 있다.

윤석헌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는 "금융당국이 모범규준 준수를 솔선수범하지 않고 있다"고 쓴소리를 했다. 그는 "관치로 오는 사람들은 주로 자신을 자리에 앉혀준 위를 보게 된다"며 "금융은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데 이런 낙하산이 반복되면 경쟁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장현 기자 insid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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