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풍 시달리기 쉬운 만만한 지배구조 한 몫…"금융당국이 왜 모범 안 보이나"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낙하산 인사가 가장 만만하게 바라본 곳은 금융사 감사 자리다. 감사는 경영을 감시하고 비리를 적발해야하는 중요한 자리지만 올해 금융사 감사는 지난 대선 때 박근혜 후보를 도왔던 대선캠프 인사들이 속속 꿰찼다.
금융권에서 이런 낙하산 논란이 일자 민간출신 후보를 밀어주는 변종 관치도 등장했다. 이들은 정치인도 관료 출신도 아니지만 '신관치'라는 오명을 입었다. 금융권 최대 이익단체이자 금융당국과의 가교역할을 하는 은행연합회 회장 선출에선 이사회 논의도 하기 전에 하영구 전 한국씨티은행장이 내정됐다는 말이 돌았다. 금융권에서는 "금융당국이 하영구 전 행장을 KB금융 회장으로 밀어붙였는데 좌절되자 자리를 마련해준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번졌다.
물론 하영구 전 행장에 대한 금융권의 평가는 나쁘지 않다. 14년간 은행장을 맡아 무난한 경영능력을 보여줬고 2008년 금융위기 때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에 연결 고리 역할을 하며 글로벌 역량도 보여줬다. 씨티은행의 대규모 구조조정에도 노사관계를 비교적 잘 조율했다는 평가도 받는다. 그러나 금융당국을 등에 업고 하 전 행장이 손쉽게 은행연합회장을 꿰차면서 그의 공로도 빛이 바랬다.
금융권이 이렇게 낙하산 관치인사에 취약한 데는 지배구조를 원인으로 지목하는 목소리가 높다. 금융공기관의 경우 정부 입맛에 맞는 인사를 밀어내기 쉽고 경영권이 쪼개진 민간 금융사 역시 외압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이 KB사태를 계기로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을 만들어 체질 개선에 나섰지만 공염불에 그치고 있다.
윤석헌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는 "금융당국이 모범규준 준수를 솔선수범하지 않고 있다"고 쓴소리를 했다. 그는 "관치로 오는 사람들은 주로 자신을 자리에 앉혀준 위를 보게 된다"며 "금융은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데 이런 낙하산이 반복되면 경쟁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장현 기자 insid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