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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그렇다면, 단테는 지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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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로페 데 베가는 마침내 죽음이 문 앞에 다가왔다는 확신이 들자 최후의 생각을 고백했다. "그렇다면, 단테는 지루하다"며 시인으로서 신성모독이라고 할 수 있는 속마음을 털어놓은 것이다. (마이클 이그나티에프ㆍ'이사야 벌린')

로페 데 베가는 스페인 극작가이자 시인ㆍ소설가다. 그는 단테보다 약 300년 뒤인 1562년에 태어나 미겔 데 세르반테스와 같은 시대에 활동했다. 그는 스페인 황금세기의 국민연극을 만들었고 서정시인으로서도 탁월했다고 평가된다.
로페 데 베가의 솔직한 발언은 단테뿐 아니라 문학작품 전반을 평가하는 일과 관련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첫째 어느 문학작품이 도달한 예술적 성취에 대한 평가는 대가들 사이에서도 일치하지 않는다. 따라서 최고의 문학작품을 선정하기란 불가능한 일이다. 둘째 어느 문학작품이 한 시대에 얻은 명성은 시대가 바뀌고 문학적 감수성이 달라진 다음에도 유지될 수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동서고금의 수많은 문학작품 중에서 시대를 초월해 전해졌고 앞으로도 남을 명작을 일정 숫자 이내로 꼽는 일은 '엄정성'과는 거리가 있게 마련이라는 결론에 이른다. 그래서인지 아닌지는 모르되, 근대문학이 생겨난 유럽엔 '세계문학전집'이라는 묶음이 없다.

세계문학전집은 일본에서 기획된 상품이다. 1926년 개조사(改造社)가 준비한 '현대일본문학전집'에 예약자가 23만명이나 몰리자 신조사(新潮社)가 이듬해 '세계문학전집'을 내놓았다. 당시 일본 출판사들은 전집을 예약에 따라 매달 한 권 배본했다. 일본 신조사의 세계문학전집은 국내에서 편집된 여러 세계문학전집이 가장 많이 모방한 전집 중 하나로 짐작된다. (조동일ㆍ'세계문학의 구조')
근래에는 '전집'과 함께 추천 도서 목록이 돌고 있다. 예를 들어 서울대가 선정한 고등학생 필독서 100선이 화제가 됐다. 전집이 거실을 장식할 책이라면 도서 리스트는 실제 정신과 마음을 채우라는 권유와 자극을 준다. 최근엔 페이스북에서 책을 추천하는 릴레이가 벌어졌다. 추천의 강도를 높인 게 '버킷 리스트'다.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하는 책이라는 압박을 준다. 그런 리스트를 소개한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책 1001권' 같은 책도 나왔다.

로페 데 베가가 고백한 것처럼 다수가 추천하는 명작 중에서도 각자에게 별로인 작품이 있다. 각자의 취향은 문학 장르만큼이나 다양하다는 게 그 이유 중 하나다. 추천 도서 목록은 이렇게 볼 때 자신과 관심과 취향이 비슷한 사람의 것이 참고가 될 듯하다.




백우진 국제부 선임기자 cobalt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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