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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부족 직장인들 新 풍속도…점심 틈타 낮잠카페서 '꿀잠'

최종수정 2014.11.28 11:25 기사입력 2014.11.28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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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렴한 비용·편의성 강점…일부 공공기관·기업 "근무 효율에 좋다" 낮잠 권장도

▲서울시 종로구 계동에 위치한 카페 '낮잠'(사진제공=낮잠)

▲서울시 종로구 계동에 위치한 카페 '낮잠'(사진제공=낮잠)


[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오전 8시에 출근해 야근이나 회식까지 하고 나면 다음 날 온 몸이 녹초가 되죠. 점심시간 어떻게든 눈을 붙여야 하는데, 이럴 때 낮잠을 잘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이왕이면 사람들이 몰려 시끄럽지도, 상사들의 눈치를 보지도 않는 공간이면 더 좋죠"(중견기업 사원 김모씨)

최근 종로ㆍ강남ㆍ여의도 등 사무실 밀집지역을 중심으로 직장인들에게 낮잠 장소를 제공하는 서비스가 확산되고 있다. 잦은 야근, 회식 등으로 만성적인 피로에 젖어 있는 짧은 점심 시간 만이라도 부담ㆍ눈치 없이 쉬고 싶다는 직장인들의 욕구를 상품화한 아이디어다.
27일 오후 2시께 서울시 종로구 계동에 위치한 카페 '낮잠'. 점심시간이 한 참 지난 시간에도 카페 안에는 해먹(hammockㆍ기둥 이나 나무 사이 같은 곳에 달아 매어 침상으로 쓰는 그물)에 누워 휴식을 취하는 직장인들이 많았다. 카페 안에는 수면을 돕기 위한 자연 소리와 함께 몇몇 손님들이 코를 고는 소리가 간간히 들려왔다.

정지은 낮잠 대표는 "슬리퍼로 갈아 신고, 원하는 곳에 가서 쉬라"며 자리를 안내했다. 해먹에 잠시 몸을 뉘이자 정 대표가 가습기와 함께 온열팩을 가져다줬다. 방문객의 충분한 수면을 돕기 위해서다. 자리에 눕자 간간히 손님들이 찾아오는 소리가 들렸다. 대체로 20~30대 젊은 청년들이 많았다. 그중에는 40대 여성도 눈에 띠었다.

이곳의 이용료는 1시간에 5000원. 간단한 커피ㆍ허브티 등 차 한잔까지 즐길 수 있는 비용이 포함된 금액이다. 인근에 현대 계동 사옥 등 크고 작은 사무실들이 위치해 있어 점심시간 마다 이곳을 찾는 직장인들은 적지 않다. 정 대표는 "아무래도 인근 직장인들이 점심시간에 카페를 즐겨 찾는다"고 작은 소리로 귀띔했다.
최근 카페 '낮잠' 처럼 점심시간 짧은 휴식을 위한 공간을 제공하는 곳이 늘고 있다. 이곳처럼 사무실이 밀집된 지역의 일부 유흥업소ㆍ병원들도 시간당 5000~1만원의 비용을 받고 휴식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사우나ㆍ찜질방 등 번거로운 공간에 비해 간단히 휴식을 취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시민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인천에서 서울로 출ㆍ퇴근하는 중견기업 신입사원 홍모(26ㆍ여)씨는 "야근ㆍ회식 탓에 점심시간 때 쉬고 싶어도 회사에선 눈치가 보이고, 그렇다고 찜질방을 찾자니 멀리까지 가야 해 별 소득이 없다"며 "예전에는 일찌감치 카페에 들어가 이어폰을 꽂고 졸았지만 수면카페가 생긴 이후로는 정말 피곤할 때면 부담 없이 쉬고 온다"고 말했다.

이처럼 '낮잠'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간이 늘고 있는 현상은 '만성피로'에 시달리는 직장인들의 풍속도를 그대로 보여준다. 지난 2010년 대한수면의학회가 남녀 직장인 55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수면 실태조사에 따르면 한국 직장인의 평균 수면시간은 6.5시간으로, 미국인 평균 7.8시간에 비해 1시간 이상 짧은 것으로 조사됐다. 일반적으로 7~8시간가량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다수의 직장인들이 수면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셈이다.

짧은 수면시간이 기업의 생산성에 악영향만 초래 한다는 지적도 있다. 수면의학회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들의 수면부족으로 인해 발생하는 손실시간ㆍ비용은 1인당 연간 711시간31분, 연평균 1586만4365원에 달한다. 한국인들은 연평균 근로시간이 2163시간으로 OECD 회원국 중 2위 일만큼 '일'을 많이 한다.

이 때문에 최근 일부 공공기관ㆍ기업에서는 직원들의 '낮잠'을 보장해주는 제도를 도입하기도 했다. 지난 8월 야근 등으로 피로한 직원들을 위해 30분~1시간에 달하는 낮잠을 허용한 서울시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시는 낮잠시간ㆍ장소를 제공하는 대신 퇴근시간을 그만큼 연장하는 방식으로 직원들에게 낮잠을 보장하고 있다. 다만 시행 첫 달 이용자가 112명에 그치는 등 아직까지 낮잠이 정착되고 있지는 못한 상황이다.

김영환 서울시 인사과장은 "각 동마다 설치된 휴게실에서 30분~1시간가량 쉬고 추가 근무하는 형태로 운영 중이며 이용자들의 만족도는 상당히 높은 편"이라며 "앞으로 시 직원들이 낮잠제도를 더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홍보활동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인임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연구원은 "산업안전보건법 상 직장 내 휴식 공간 설치 의무화가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다른 나라에서 오후 근무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낮잠을 제공하는 등의 문화가 정착돼 있는 만큼 한국 사회도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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