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엔화 급락세 재개로 인한 수출업종의 피해가 예상보다 크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엔저 상황에 대한 과도한 우려는 가질 필요가 없다고 조언했다. 오히려 한국 증시에 외국인 수급이 확대되는 긍정적인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지난 2012년 9월 아베신조 현 일본 총리가 자민당 총재에 당선된 이후 당시 100엔당 1440.5원이었던 원·엔 환율은 현재 947원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코스피지수와 원·엔환율의 상관계수는 -0.55로 역의 상관관계를 지니며 엔화대비 원화가 강세일때 오히려 코스피가 상승하는 흐름을 보여왔다. 이는 코스피지수 시가총액의 24.6%를 차지하는 전기전자 업종이 환율 하락에 대한 여파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의 전기전자 업종 수출경쟁력은 일본(1.38)보다 높은 1.72로 수출경쟁력이 우위에 있기 때문에 환율 여파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디스플레이와 반도체 기업이 일본으로부터 부품을 수입, 원·엔 환율 하락시 원가 경쟁력이 생긴다는 점 또한 전기전자 업종이 상대적으로 탄탄한 흐름을 보이는 이유 중 하나다. 또한 지난 2012년 9월 엔저가 본격화 된 이후 수출업종들과 엔저 영향이 큰 운수장비 업종들의 흐름을 살펴보면 엔저 우려를 반영한 다음 보통 1~2개월 후 지수 반등이 나타났다.
일본계 자금은 올해 9월까지 국내 주식을 총 2조5000억원 순매수했는데 이는 미국(3조6000억원)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수준이다. 9월에는 월간 9290억원을 순매수했는데 이는 2007년 이후 작년까지 최대 월 순매수 금액이 288억원이었음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일본은행의 추가 양적완화 정책 발표로 단기적으로는 수출대형주들의 주가 부진에 따라 긍정적 시각을 가지기는 어렵지만 중장기적인 코스피 방향성을 고려해본다면 지나친 우려 또한 불필요해 보인다.
◆서대일 KDB대우증권 연구원= 일본은행의 추가 양적완화로 엔화 약세가 가속화되면서 또다시 아베노믹스에 대한 낙관론과 비관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한국 증시에는 일단 엔저로 인한 악재가 부각됐지만 이번 일본은행의 조치로 유럽중앙은행(ECB)의 추가 양적완화 정책이 자극됐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10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공식적으로 양적완화 종료가 선언된 이후 유동성 악화에 대한 우려에 시달렸던 세계 금융시장에 도움이 될 것이다.
미국 금리가 내년 상반기 이후에는 상승할 것이라는 시장 예상이 나오고 있고 일본이 추가 양적완화정책에 가세하면서 미국과 일본의 금리차 확대를 감안하면 내년에도 달러대비 연 10% 수준의 엔화 약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이 환율방어라는 측면에서 연속적인 금리인하를 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지만 쉽게 이뤄지진 않을 전망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4월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원·엔 환율이 800원까지 하락해도 한국경제가 감내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당시 자료를 보면 800원까지 환율이 하락하는 시나리오에서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0.35%포인트 하락에 그칠 것으로 봤다. 제조업의 영업이익률은 0.48%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추정됐다. 또한 업종별 수입단가 하락 수혜가 있는 철강금속은 상대적으로 피해가 적을 것으로 전망됐다. 물론 다소 낙관적인 편향이 반영돼 있을 수 있지만 시장의 우려에 비해 엔저로 인한 피해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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