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북한의 미사일과 핵위협을 이유로 들고 이런저런 조건이 구비되면 전작권이 전환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의 발표는 이미 충분히 예견된 일이어서 그다지 놀랍지도 않다. 그리고 믿고 싶다.
그렇지만 묻고 싶다. 도대체 우리 정부와 군 당국은 그 많은 국방비를 쏟아붓고도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앞에 이렇게 초라한 모습을 보이는지 말이다. 세금을 내는 국민으로서 당연히 듣고 싶은 물음이다.
그 돈 덕분에 조기경보기, 이지스함, 최첨단 5세대 탱크도 도입했다. 또 함포와 유도탄을 탑재한 고속정도 찍어내듯 건조했다. 한마디로 각군마다 '최첨단' '최고'가 붙는 무기를 사들였다. 국방력을 위해서는 다 좋은 일이다. 이렇게 많은 돈을 들이고도 미국이 없으면 국방이 불안해 전작권을 가져올 수 없다고 하니 참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최근 국정감사 때는 참으로 기가 찰 뉴스들이 연일 터져나왔다. 우리의 명품 무기라고 자랑하는 K-9자주포 포탄이 개전 일주일이면 바닥이 난다는 소리가 들리고 대전차 화기의 수명이 거의 다 했다는 뉴스도 나왔다. 여기에 주한미군 사령관은 북한이 핵무기 소형화 능력을 갖췄다는 발언도 했다.
뒤집어 보면 북한은 '돈 많은' 한국군에 비해 돈을 적게 쓰고도 한국을 위협하고 미국의 군사력에 맞서는 목표를 달성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개인의 주장이 아니다. 정성임 육군사관학교 교수가 28~29일 열린 제1회 세계북한학학술대회에 제출한 논문에 나와 있다. 북한의 공식 국방비는 2012년 약 1조원(9억8400만달러)으로 우리(32조9600억원)의 32분의 1도 안 된다. 한국국방연구원이 계산한 실질 국방비를 따를 경우 67억5000만~80억6000만달러다. 약 7조6000억~9조800억원 수준이다. 이는 우리의 4분의 1 수준이다.
이 논문에 따르면 북한 국방비에서 전력 투자비는 35%로 정도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2000년대에 기동력, 타격력, 기습능력과 관련된 장비, 함정, 항공기의 양적 전력은 전차를 제외하고는 큰 변화가 없다고 정 교수는 밝혔다. 정 교수는 이를 고려하면 국방비는 무기의 신형화와 연구개발, 특히 핵과 미사일 개발 등의 비대칭 전력에 투자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개발할 때 한국은 과연 무엇을 했는가. 북한이 스커드 미사일 등을 개발한 것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런데 뭘 준비했나. 여전히 킬체인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 하고 국민들은 언제까지 북한의 핵과 미사일의 위협에 떨어야만 하는가.
정 교수의 말대로 북한에 군사력은 영토와 주권을 지키는 유일한 가용자원이어서 북한이 군사력을 포기할 리 없다. 핵과 미사일 위협이 계속될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하다. 핵 앞에 재래식 무기는 무용지물임은 누구나 인정한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서 과연 우리는 앵무새처럼 비핵화만을 외치는 것이 온당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한 납세자의 물음이다.
박희준 외교ㆍ통일 선임기자 jacklon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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