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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에볼라와 진정한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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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수 국제부장

이진수 국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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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회가 에볼라 대책을 잇따라 내놓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에볼라가 통제 가능하다면서 막연하게 공포심을 갖지 말라고 국민에게 당부하는 사이 아프리카 나이지리아와 세네갈에서는 에볼라 발병 종료가 선언돼 주목받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17일(현지시간) 세네갈의 에볼라 발병이 종료됐다고 선언했다. 이어 20일 나이지리아도 에볼라 발병 종료를 선언했다.
나이지리아는 아프리카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나라지만 희생자는 상대적으로 적었다. 나이지리아에서 3개월 만에 에볼라 발병 종료가 선언된 것은 잠재적 증상이 있는 사람을 신속히 격리하고 이들과 접촉한 이들을 끈질기게 추적하는 등 발 빠르게 대응한 덕이다.

그러나 라이베리아ㆍ시에라리온ㆍ기니 정부는 지난해 말 에볼라가 발병한 뒤 올해 3월까지 국민에게 발병 사실조차 알리지 않았다. 공중보건 인력은 바이러스 접촉자들을 확인하지 못했다. 감염자들의 공포감, 당국에 대한 불신 탓이다.

에볼라가 확산된 것은 보건의료 요원들에 대한 신뢰 결여 때문이기도 하다. 이들의 능력이 의심스럽다 보니 이들을 믿지 않게 되고 그 결과 이들의 진정성조차 의심하기에 이른 것이다.
2002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이 발생하자 싱가포르와 중국은 군 병력까지 동원해 감염자를 엄격히 격리 조치했다. 이렇듯 중앙집권적인 통제와 강제 조치, 국민의 순응이 어우러져 사스는 조기 진압됐다.

특정 전염병으로부터 시민을 보호하려면 불필요한 공포감부터 차단해야 한다. 다시 말해 질병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시민에게 제공해야 한다.

글로벌 시대에 인구밀집 지역에서 또 다른 인구밀집 지역으로 이동하는 데 24시간이 채 안 걸린다. 재화ㆍ자본ㆍ아이디어ㆍ뉴스ㆍ사람 모두 국경을 넘어 빠르게 이동한다. 이는 질병도 마찬가지다.

흔히들 새로운 질병과 맞닥뜨리면 공포에 휩싸이곤 한다. 이때 효과를 발휘하는 것이 빼어난 리더십이다. 이번 에볼라 사태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사람들은 지도자가 진정 대중의 이익을 위해 일하는지 확인하고 싶어한다.

지난해 12월 여론조사업체 갤럽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미국인들은 기자(21%)ㆍ경영인(22%)ㆍ정치인(8%)보다 간호사(82%)ㆍ약사(70%)ㆍ의사(69%)를 더 신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능력ㆍ신뢰도ㆍ진정성을 믿는 것이다. 여기서 진정성이란 그들이 타인의 이익을 위해 일한다는 믿음이다.

19일 일간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미국 내 에볼라 바이러스 감염자 발생 과정에서 나타난 초기 오진과 잇단 실수에 따른 간호사들의 감염이 컨트롤 타워의 부재로부터 비롯됐다고 꼬집었다.

김용 세계은행 총재는 "국제 연대가 부족한 데다 에볼라가 세계 경제에 가하는 위협을 잘 이해하지 못해 우리는 에볼라와 치르는 싸움에서 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서아프리카를 벗어난 다른 지역 주민들이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될 확률은 매우 낮다고 말한다. 물론 조심해서 나쁠 건 없다. 문제는 에볼라 자체가 아니라 에볼라에 대한 공포다.

언론도 문제다. 누가 "몸에 열이 좀 있는데 혹시 에볼라에 걸린 건 아닐까"라고 말하면 언론은 "에볼라가 도처에서 창궐하고 있다"며 호들갑 떤다.

지금 필요한 것은 호들갑 떨거나 공포심을 부채질하는 게 아니라 진정성이다. 이런 점에서 아프리카 의료 봉사 도중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됐다 완치된 영국인 남성 간호사 윌리엄 풀리의 발언과 행동은 큰 감동을 준다.

그는 "진짜 긴급한 상황이 서아프리카에서 벌어지고 있다"며 "현장으로 돌아가 무고한 죽음을 최대한 막고 싶다"는 말과 함께 다시 시에라리온 봉사 현장으로 떠났다. 그야말로 진정성 있는 글로벌 리더다.





이진수 국제부장 commu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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