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품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장중 배럴당 79.44달러까지 하락했다. 2012년 6월 이후 최저가다. 장 마감 시에는 전 주보다 1센트 떨어진 81.00달러를 기록했지만 유가 부진은 돌이킬 수 없는 대세다. 세계 경제성장 부진에 따른 수요 감소, 미국의 셰일혁명에 따른 공급 과잉, 달러 강세가 겹쳐 유가는 당분간 상승세로 돌아서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미국의 셰일개발 붐으로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석유시장에 대한 영향력을 상실하리라는 게 골드만삭스의 전망치 수정 이유다. 일본 도쿄 소재 투자업체 뉴엣지의 원자재 영업 책임자 하세가와 켄은 "골드만삭스의 예상처럼 공급만큼 수요가 늘 가능성이 없다는 게 석유시장의 문제"라고 평했다.
하지만 여러 요인으로 보건대 유가의 추가 하락을 무조건 반길 수만도 없다. 셰일 원유 생산으로 석유시장의 환경이 송두리째 바뀐 게 가장 큰 이유다. 셰일층에서 원유를 뽑아내는 기술에는 많은 비용이 든다. 유가가 크게 오르기 전까지 셰일 개발이 외면받은 것은 이 때문이다. 유가가 셰일 생산 단가 이하로 뚝 떨어질 경우 셰일 시추는 중단될 수밖에 없다. 최근 유가 하락으로 주가가 크게 떨어진 석유회사들 가운데 상당수는 셰일 개발 업체다.
결국 석유 생산과 소비가 적절히 유지될 수 있는 '황금값'에서 유가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의 조지 페리 연구원은 최적의 유가를 배럴당 70달러 선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70달러 미만에서는 미국의 셰일 원유 생산이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유가 하락은 소비자의 부담 감소와 지출 여력 확대라는 긍정적인 효과로 이어지기도 한다. 최근의 유가 하락으로 미 가구당 500달러의 소득증대 효과가 기대된다. 이는 소비자의 구매력 증가로 이어져 경제에 도움이 된다. 에너지 소모가 많은 산업이나 운송 관련 업종의 부담이 줄어 소비자물가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미국 내 자원 재분배 효과도 고려해야 한다. 과거 미국은 자국 내 에너지 수요를 확보하기 위해 중동지역 정세에 적극 관여해왔다. 이를 위해 국방ㆍ외교에 막대한 예산이 들어갔다.
백종민 기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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