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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 포퓰리즘, 국민들 볼모로 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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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백종민 기자] "기저귀 가지고 있는 분? 제 차 부품과 바꿔요"

요즘 베네수엘라인들의 소셜미디어(SNS)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요청이다.
치매에 걸린 어머니의 약을 파나마의 친척에게 요청해 받은 한 주민은 "지금 이곳에서는 약을 구경하기도 힘들다"고 말한다.

중남미의 산유국인 베네수엘라의 파산이 멀지 않았다는 분석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는 가운데 국민들의 고통만 더 커져가고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영국 주간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전임 우고 차베스 대통령에 이어 그의 뒤를 이은 니콜라 마두로 대통령까지 베네수엘라는 포퓰리즘 정책으로 일관했지만 정책 실패의 부메랑이 국민들에게 날아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베네수엘라는 세계 10위의 산유국이다. 두 대통령은 석유를 자신들의 정권 기반으로 삼았다. 하지만 지금 베네수엘라 국민은 즐겁지 못하다.

정부는 외화 부족에 따른 채무불이행(디폴트)를 막는데 급급하고 이는 고스란히 국민고통으로 전가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 신평사 S&P는 지난 16일 베네수엘라의 신용등급을 'B-'에서 'CCC+'로 한 단계 강등했다. 이는 베네수엘라의 채권이 투자적격이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헤지펀드와 같은 해외 투자자들은 베네수엘라에 대한 투자를 중단하지 않고 있다.

베네수엘라 정부가 절대 디폴트는 없다고 단언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평사들이 부도 가능성을 우려했음에도 해외 투자자들이 큰 걱정 없이 베네수엘라에서 고금리를 받아 챙기는 사이 베네수엘라 국민들의 고통은 치솟고 있다.

안그래도 부족한 외화가 생필품 수입이 아니라 채무 지급에만 쓰이다 보니 벌어지는 현상이다.

좌파 정권이 산업기반 확보에 적극 나서지 않았던 탓에 대부분의 생필품을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 낳은 비극이다.

이런 상황을 잘 아는 베네수엘라 출신 경제학자인 라카르도 하우스만과 미구엘 안겔 산토스 하바드대 교수는 베네수엘라 정부가 차라리 디폴트를 선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두 사람은 프로젝트 신디케이트 기고문에서 "해외 자본가들에게는 돈을 지급하고 3000만 국민들은 부도나게하는 것은 도덕적인 파산"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런 비판에 대해 니콜라 마두로 대통령은 오히려 두 교수를 기소하라고 검찰총장에게 지시하는 해프닝까지 벌어졌다.

BOA 메릴린치 소속으로 베네수엘라 출신인 경제전문가인 프란시스코 로드리게즈는 베네수엘라내의 생필품 부족 현상은 정부가 현실적인 환율 정책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경제의 97%를 차지하는 석유 생산과 수출만이라도 제대로 된다면 다행이지만 그마마도 기대할 게 없다. 베네수엘라의 석유 수출은 투자 부진으로 97년 이후 40%나 줄었다. 마침 석유 가격도 약세다.

지나친 복지 정책으로 정부 재정의 문제도 깊어 지고 있다. 지난해 베네수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은 17.2%나 된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이런 상황의 해결책으로 발권력을 동원하고 있다. 시중 통화량은 지난 2년간 네배로 급중했다. 이는 연간 60%라는 살인적인 인플레로 돌아오며 국민들을 괴롭히고 있다. 인플레가 치솟으니 베네수엘라 암달러 시장에서 달러를 바꾸려면 인위적으로 규정한 공식 환율의 90배나 많은 대가를 치러야 한다.

식품값이 배로 치솟다 보니 현 정권의 지지층인 빈민층의 불만이 치솟고 있는 상황이다. 포퓰리즘으로 집권한 정권의 기반이 무너지고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최근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에서는 연초 확산되던 시위가 잠잠해졌다. 강경 진압으로 40여명이 사망한 때문이다. 이달 초 마두로 대통령은 석유장관을 교체하는 등 개각을 통해 자신의 입지를 더욱 강화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지금도 채권자들은 높은 이자를 받고 있고 혁명의 생존을 위해 베네수엘라는 서서히 죽어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백종민 기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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