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청용, 사격 입문 3년 만에 롤모델 진종오 뛰어넘어
[인천=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 바지 주머니에 넣은 오른손, 비스듬히 왼쪽으로 젖힌 고개, 무뚝뚝한 표정까지. 고교생 사수 김청용(17ㆍ흥덕고)의 몸짓은 옆 사로에 등을 마주댄 '월드스타' 진종오(35ㆍKT)를 연상케 했다. 앳된 얼굴, 그러나 청년은 흔들림이 없었다. 내로라하는 경쟁자들이 하나둘 뒷자리로 밀려나는 가운데 침착하게 방아쇠를 당겨 표적 중심부를 공략했다. 스무 발 째 울린 총성과 함께 한국 선수단 첫 2관왕이 탄생하자 관중석에서는 큰 박수와 함성이 쏟아졌다.
금메달을 확정하는 순간 김청용은 하늘을 바라보며 손을 들었다. 하늘에서 지켜보고 있을 아버지를 향한 그만의 세리머니였다. 태권도 대표출신인 아버지 김주훈씨는 "네가 운동하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 하지만 네가 정말 하고 싶다면 하고, 대신 끝까지 하라"고 당부했다. 든든한 버팀목이었던 아버지는 곁에 없다. 그가 중학교 사격부에 들어간 지 얼마 되지 않아 세상을 떠났다.
사격에 입문한지 3년 만이자 아시안게임 첫 출전에서 얻은 성과다. 김청용은 선배들의 뒤를 받칠 '제 3멤버'로 분류됐다. 김선일 남자 공기권총 대표팀 코치(58)는 "(김)청용이가 본선에서 580점대만 유지하면 단체전 우승도 노려볼만 하다"며 막내의 선전을 기대했다. 김 코치가 꼽은 그의 재능은 타고난 집중력이다. 김청용은 "큰 경기에 나가도 긴장하는 성격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단체전 우승도 마지막 사격이 끝나고 관중들이 환호해서 어떤 상황인지 알았다"고 했다. '서바이벌' 규정으로 진행된 결선에서는 극도의 압박을 이겨내고 열한 번째 발에서 10.9점 만점을 쏘기도 했다.
보기 드문 왼손잡이 사수라는 점도 기회로 작용했다. 몸의 방향이 오른쪽을 향하는 일반 선수들 틈에 김청용이 서면 마주보는 선수들은 상대 얼굴을 마주 보는 익숙하지 않은 상황에 부담을 느낀다. 옆 사로에서 경쟁한 50m 권총 우승자 지투 라이(27ㆍ인도)가 결선 열한 번째 사격에서 7.8점을 쏘는 부진 속에 5위로 탈락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그는 이 종목 국제사격연맹(ISSF) 랭킹 1위다.
◇ 김청용 프로필
▶생년월일 1997년 1월 1일 ▶출생지 충청북도 청주
▶체격 175㎝ㆍ67㎏ ▶출신학교 서현초-복대중-흥덕고
▶주 종목 10m 공기권총 ▶가족 오세명(46) 씨의 1남1녀 중 둘째
▶주요 경력
-2012년
제13회 미추홀기 전국학생사격대회 개인전 1위
제41회 전국소년체육대회 개인전 1위
-2013년
전국체육대회 개인전 1위
-2014년
문화체육부장관기 전국학생사격대회 개인전 1위
난징 유스 올림픽 은메달
인천 아시안게임 개인전·단체전 금메달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김현민 사진기자 kimhyun8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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