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 어리둥절하다. 박근혜 대통령은 '증세 없는 복지 확대'를 대통령선거 공약으로 내걸었고, 당선되어 취임한 뒤에도 같은 말을 되풀이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하경제 양성화와 비과세ㆍ감면 축소를 통한 복지재원 조달을 약속하고 그런 방향으로 세정을 펴왔다. 최경환 부총리는 경기부양에 다걸기하면서 성장률이 회복되면 세수부족 문제는 저절로 해결된다면서 증세의 가능성을 부인해왔다. 기획재정부는 불과 한 달 전에 발표한 올해 세제개편안에서 담뱃값이나 지방세 인상은 거론조차 하지 않았다. 그러던 정부가 지난주에 갑자기 태도를 돌변해 증세 카드를 꺼낸 것이다.
정부는 국민건강과 지방재정 개선이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이것만으로 국민의 폭넓은 공감을 얻기는 힘들다. 지하경제 양성화와 비과세ㆍ감면 축소로는 늘어나는 복지재정을 모두 충당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복지를 줄일 수 없다면 조세정책의 틀 전체를 재검토해야 할 상황이다. 경기활성화를 통한 세수증대는 된다 해도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다.
국민은 묻는다. 박근혜정부의 '증세없다'는 공언은 지금도 유효한가. 찔금찔금 올리는 것은 증세가 아닌가. 복지재원이 부족하고 지방재정도 어려워 증세가 불가피한 상황이라면 털어놓고 공론화 과정을 거쳐라. 증세를 하려면 서민부담이 큰 세금보다 직접세인 소득세ㆍ법인세부터 손대는 게 바른 순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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